[사설]러시아發 금융위기

  • 입력 1998년 8월 18일 18시 56분


러시아가 루블화 표시 외채의 90일간 모라토리엄(대외채무 지불유예)선언과 함께 루블화를 32.9% 평가절하했다. 그동안 우려해 오던 러시아발(發) 세계금융위기론이 현실로 다가왔다.

무엇보다 러시아 위기가 세계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이 걱정이다. 엔화가치 속락 및 위안화 불안과 맞물려 자칫 세계금융시장 전체를 공황으로 몰고갈 가능성도 크다. 가까스로 외환위기를 벗어난 우리로서는 제2의 환란(換亂)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러시아 외환 금융위기가 국제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러시아 주변부인 동유럽과 최대의 채권국인 독일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다. 독일의 타격은 서유럽경제를 뒤흔들 것이고 그렇게 되면 내년 출범 예정인 유럽 단일통화 ‘유러’도 위협받게 된다. 그 여진은 곧바로 남미와 아시아로 번질 것이다.

벌써부터 우리나라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의 가산금리가 폭등하고 아시아 각국이 발행한 채권의 가산금리도 급등세다. 러시아 경제위기가 아시아 전체로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위안화 평가절하, 아시아 국가들의 환율인하 경쟁, 홍콩 페그제의 붕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되면 아시아 ‘제2의 환란’은 물론 국제금융질서가 송두리째 무너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발등의 불은 우리경제에 미칠 직접적인 영향이다. 러시아 사태로 수출이 위축되고 경협차관 17억달러와 국내금융기관의 러시아 국공채 투자 10억달러의 회수가 어렵게 된 것도 문제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세계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제2의 외환위기에 대한 우려다. 러시아에 거액의 자금을 물린 유럽계 자본이 대출금의 조기상환을 요구하거나 만기연장을 기피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에 대한 다각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가용 외환보유고 확충, 대외신인도 제고를 위한 노력과 함께 경제구조조정을 강력하게 추진, 외환위기를 겪은 아시아 다른 나라들과의 차별성을 부각시켜야 한다.

러시아발 세계금융위기의 해결은 당사국인 러시아의 경제개혁 노력, 서방선진 7개국(G7)의 긴밀한 정책조율과 공동보조 여하에 달렸다. 그중에서도 세계경제를 이끌고 있는 미국과 아시아 경제위기의 원초적 책임을 져야 할 일본의 역할과 책임이 가장 크다.

세계는 지금 하나의 시장으로 묶여 있다. 한나라의 외환위기는 순식간에 서로 악영향을 주고 받으며 전세계로 번져 통화불안 생산위축 소비부진 무역감소 금융부실로 이어진다. 길게 보면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러시아 사태가 전세계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공동노력과 신속한 대응이 요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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