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숙자대책의 虛實

동아일보 입력 1998-08-05 19:21수정 2009-09-25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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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노숙자는 선진국의 홈리스들과는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르다. 선진국 홈리스가 부랑인에 가깝다면 우리의 노숙자는 실직가출자가 대부분이다. 계속되는 대량해고와 실직이 더러 가출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멀쩡하던 사람을 노숙자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노숙자문제를 결코 ‘남의 일’로 볼 수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실직노숙자’문제는 당장 뾰족한 해결방안이 없다는 데 고민이 있다. 5일 서울시가 마련한 노숙자종합대책에서도 그런 고민이 엿보인다. ‘서울시 노숙자대책협의회’의 자문을 받아 만든 이번 대책은 요컨대 쉼터 중심의 노숙자지원대책이다. 현재 7개소의 쉼터에 7백55명을 수용하고 있는 것을 10월말까지 쉼터를 47개소로 늘려 2천명 이상에게 잠자리를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또 쉼터에 입소해야만 급식 상담 취업알선 등 종합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의 이같은 대책은 옳은 방향으로 판단된다. 겨울이 닥치기 전에 2천여명의 노숙자에게 잠자리와 급식을 보장한다는 것만도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니다. 거기에다 상담원 배치, 순회응급차량 운영, 노숙자보호지원센터 설치운영 등 관리지원체제와 함께 청계천 준설, 88도로 청소 등의 새 일자리창출 등 이번 대책이 노숙자들의 재활(再活)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 대책은 현재의 2천명 정도인 노숙자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한계가 있다. 관계자들은 지금같은 증가추세가 계속된다면 연말까지 노숙자 수가 6천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쉼터에 들어가지 못하는 4천명 정도는 또다시 노숙을 할 수밖에 없고 서울시의 이번 대책도 실효성이 떨어질 공산이 크다. 따라서 47개 쉼터의 순환이용률을 크게 늘려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일자리제공 등에 보다 더 치중하면서 어느 정도 재활기반이 마련된 사람은 내보내고 새로 발생한 노숙자들을 수용하는 식으로 쉼터활용도를 높이는 것이다. 동시에 연말까지 늘어날 노숙자 수를 감안해 가능한 한 쉼터를 더 늘리도록 노력해야 한다.

노숙자들이 서울로만 유입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현재 서울의 노숙자 중 52%가 인천 경기 등지에서 유입된 것으로 조사됐다. 지방은 쉼터도, 급식소도 부족하다보니 자꾸 서울로 몰리는 것이다. 수도권 광역단체가 짐을 나눠 진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1교회 1인결연운동’ 등 종교단체의 적극적인 참여도 절실하다. 전국의 교회가 1만개를 넘는다고 하니 이 운동만 잘돼도 노숙자문제는 상당부분 해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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