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슈퍼은행 제구실하려면…

  • 입력 1998년 7월 31일 19시 13분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의 합병으로 우리나라에도 총자산 1백조원을 넘는 슈퍼은행이 탄생하게 됐다. 두 은행의 합병은 국내 금융계의 대변혁을 예고하는 빅뱅의 신호탄이 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적어도 외형상으로는 국제 경쟁력을 갖춘 은행이 태어나게 됐지만 잘못하면 오히려 슈퍼부실은행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당사자인 두 은행과 지원을 맡은 정부의 빈틈없는 통합작업이 요구되고 있다.

이번 합병은 두 은행의 자발적 선택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주변 여건때문에 이뤄졌다. 두 은행이 자력회생의 유일한 방안이던 외자유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독자생존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 이번 합병이다. 시너지효과를 목표로 건실한 은행들끼리 합치는 선진국의 사례들과는 성격부터 다르고 해야 할 일에도 차이가 있다. 합병에 따른 상승효과를 제대로 얻으려면 두 은행은 우선 부실의 원인이 됐던 잘못된 여신관행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어려움이 있겠지만 과감한 고용조정으로 몸을 가볍게 하는 것도 과제다.

두 은행이 합병을 선언하면서 정부에 요구한 지원규모는 무려 8조원에 이른다. 이번에도 부실경영의 부담은 국민의 몫이 될 전망이다. 세금에서 지원될 8조원 가운데 유상증자분 2조원을 제외한 부실채권 인수대금 6조원은 공중으로 날아가버리는 재정이 될 수도 있다. 아직 정부의 확실한 지원규모가 나오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들 두 은행이 안고 있는 요주의 이하 여신이 14조원을 넘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은행측의 요청이 상당부분 반영될 전망이고 보면 관치금융과 부실경영의 대가가 얼마나 큰지를 말해준다. 어차피 지원이 불가피하다면 정부는 과감하고 신속하게 지원을 실시해 통합작업을 마무리하도록 해야 한다.

이번 합병으로 다른 은행들도 합병의 회오리바람에 휘말리게 됐다. 은행대형화가 국제적 추세인 점을 감안하면 방향은 옳다.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이 환란극복의 선결과제라는 점에서도 은행합병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이 차질을 빚으면 안된다. 자기자본 규모를 기준으로 한 동일인 여신한도 규정 때문에 건실한 기업에 대한 여신이 축소되지 않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금융구조조정의 목적이 기업활동을 원만하게 지원하기 위한 체질개선에 있다는 점을 정부도 유념해야 한다.

은행은 경제의 신용창구 역할을 하는 곳이다. 은행이 빨리 정상화되어야만 우리 경제도 그만큼 제자리를 찾는 시간이 단축된다. 기왕 구조조정이 시작됐으면 통합작업은 서둘러 마무리되어야 한다. 은행의 국제신용회복은 지금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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