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호르몬?]유해환경이 만든 「인체교란물질」 통칭

  • 입력 1998년 7월 10일 19시 46분


환경호르몬이 환경보호론자 등 전문가 차원을 넘어 일반인들의 화두로 떠올랐다. 일본의 ‘컵라면 용기 파동’에 이어 ‘정자수 격감’이 환경호르몬의 작용 때문이란 주장이 기폭제. 환경호르몬이란 무엇이며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 지금까지의 환경호르몬 관련 주장과 논의내용, 피하는 방법 등을 알아본다.〈편집자〉

정자(精子)수 감소, 생식기 이상 등을 일으키는 물질로 알려진 ‘환경호르몬’. 환경호르몬의 존재 자체는 ‘정설’이지만 과연 인체에 해로운지는 학술적으로는 ‘가설단계’에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거듭되는 생태계 이상과 동물실험 결과 등에 비춰 ‘환경호르몬’이 유해하다는 것이 ‘이론’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환경호르몬의 정체〓인체호르몬이 나오는 내분비계를 교란하는 물질. 인체의 균형을 깨고 발달을 방해한다. 호르몬은 수많은 세포와 기관의 정보교환을 돕는 물질로 피속에 녹아 있다가 특정세포의 수용체에 작용한다. 그러나 화학구조가 체내 호르몬과 비슷한 환경호르몬이 대신 이 수용체와 결합하거나 수용체의 입구를 막아버리면 인체에 이상이 생기게 된다.

▼환경호르몬의 종류〓미국 환경보호국(EPA)에 따르면 현재까지 유해성이 입증된 환경호르몬은 살충제인 DDT, 유산(流産)방지제로 쓰이는 DES와 산업폐기물을 태울 때 소각로(燒却爐)에서 나오는 다이옥신 등 몇개의 물질에 불과하다. 나머지 ‘유해할 것으로 의심되는 환경호르몬’은 DDT 등과 화학구조가 유사한 유기염소계 물질이 대부분.

‘환경호르몬’으로 선정된 물질은 국가별로 기관별로 조금씩 다르다.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야생보호기금(WWF)이 선정한 67종이 우선 연구대상. 이 가운데 51개 물질이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42종 이 규제대상. 환경호르몬으로 추정되는 스트렌트리머는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 검사 결과 컵라면의 플라스틱용기에서 검출됐지만 비규제 물질로 분류돼 있다. 또 비스페놀A(음료수 캔의 내부 코팅제와 플라스틱젖병 등에 들어 있는 물질) 등 모두 9종류가 비규제 물질.

▼인체영향〓이론적으로는 생식기뿐 아니라 모든 기관(그림참조)에 위험. 또 면역계 신경계에도 영향을 미쳐 병에 잘 걸리며 불안 집중력저하 등 이상이 생길 수 있다. 환경호르몬의 내분비계 교란 때문으로 추정되는 현상이나 조사결과는 최근 일본남성의 정자수감소 외에도 많다(표 참조). 미국 환경보호국의 스웨인박사는 오대호지방 임산부 중 절연체로 많이 사용되는 폴리염화비페닐류(PCBs) 등에 오염된 생선을 매달 2,3마리씩 6년 이상 먹은 여성이 낳은 아이들의 지능지수가 평균 6.3 정도 낮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검출량인가 노출시기인가〓얼마나 많은 양의 환경호르몬이 인체에 유해한가에 대해서는 학계와 환경단체의 주장이 다르다. 학계는 체내 호르몬의 활동성이 환경호르몬보다 1천∼1만배 높기 때문에 인체에 해로우려면 체내 호르몬보다 1천∼1만배의 환경호르몬이 축적돼야 한다고 주장. 그러나 환경단체는 부위 별로 호르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기가 다르기 때문에 ‘노출시기’가 더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세계야생보호기금(WWF)의 마이클 스몰른박사의 최근 쥐실험 결과. 생후 10일 째에 0.5PPM의 DDT를 투여한 쥐가 성장 후 뇌의 크기가 매우 작았으며 행동장애를 보였다. 그러나 생후 9일째와 11일째에 투여한 쥐에서는 이상이 없었다는 것. 따라서 ‘양’의 문제가 아니라 ‘시기’의 문제라고 주장.

그는 특히 인간의 뇌세포가 자라는 시기로 자극에 민감한 2,3세까지는 극미량의 환경호르몬만 들어와도 자란 뒤 정서장애 등을 보일 수 있다고 주장.

(도움말〓서울대의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 김록호교수, 연세대의대 예방의학과 신동천교수)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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