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엿보기]『엔貨 하락에 일본도 떤다』

  • 입력 1998년 6월 28일 19시 14분


일본 엔화가치가 폭락하자 일본과 미국은 17일 전격적으로 외환시장에 협조개입해 엔화 폭락세를 멈추게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그동안 일반인들에게 익숙하지 않았던 ‘낯선 현상’이 나타났다.

‘엔화가치가 하락하면 일본의 수출이 늘어나고 경제는 활성화한다. 덕분에 엔화라는 큰 우산아래 있는 아시아권 경제도 회복된다. 그 위세에 눌린 미국과 유럽은 엔화절하에 항의하면서 자국통화 절하로 맞대응한다.’

환율변동과 관련해 지금까지 우리에게 친숙했던 논리체계는 이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전혀 다른 그림이 그려졌다. 엔화가치가 계속 떨어지자 아시아권 국가들은 “외환위기가 재발하는 것 아니냐”며 아우성쳤다. 일본도불안에 떨며 미국에 협조개입을 요청했다.

엔화약세에 따른 일본경제에 대한 불신 증폭→담보력 확충을 위한 일본 금융기관들의 아시아지역 채권 회수→아시아 금융시장의 동요→일본경제에 대한 재충격의 ‘악순환 고리’가 형성된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수출증가의 달콤함은 짧고 ‘부메랑 충격’의 고통은 더 길다는 것.

한 나라에 경제위기가 발생하면 그 나라의 문제로 그치고 지급능력, 즉 충분한 외환보유고만 있으면 걱정이 없던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졌다. 한번 신용붕괴가 일어나면 주변국으로 위기가 증폭되고 모두가 수렁에 빠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낯선 현상’의 배후에는 각국이 국제금융시장에서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신용의 고리’가 있다. 20세기말 세계경제의 특징인 자본자유화가 만들어낸 현상이다.

우리가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아래 급속히 자본자유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거듭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허승호기자〉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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