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갈등탐구]양창순/기고만장한 남편 길들이기

  • 입력 1998년 6월 24일 19시 18분


한 남자가 자랑스럽게 아내를 어떻게 길들였는지 설명했다.

“결혼한지 얼마 안돼 외박할 일이 생겼습니다. 다음날 집에 들어갔더니 바가지를 긁더군요. 당장 뛰쳐나와 아예 안들어갔습니다. 며칠 후 아내가 찾아와 집에 들어오라고 싹싹 빌더군요. 그후론 며칠씩 안들어가도 아무말 못합니다.”

또 다른 남자의 이야기. “맞벌이하는 아내가 설거지를 도와달라더군요. 두말않고 가서 있는 대로 그릇을 깨뜨렸죠. 다시는 그런 부탁을 못해요.”

지금 세상에도 이런 남자가 있느냐고? 물론 있다.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교묘한 방법으로 아내를 지배하려고 드는 남자들이 있는 것이다. 생활비를 주지 않는 남자부터 아내가 말을 안들으면 이불을 싸들고 다른 방에 가 자면서 섹스로 아내를 길들이려는 망상을 가진 남자까지.

남자로 태어난 것이 여자를 지배하기 위한 특권이라도 되는 것처럼 우쭐대는 남자들의 행태를 가리켜 ‘마초(macho)증후군’이라고 한다. 사실 남자들 마음속에는 어린아이가 숨어있다.

아이들은 원하는 것을 사달라고 길거리에 누워 떼를 쓰면서도 내심 엄마가 그런 자기를 버리고 갈까봐 두려워 더욱 소리를 질러대곤 한다. 마초증후군에 속한 남자들의 심리도 그와 비슷하다.

이 경우 아내로서 해결방법은 하나뿐이다. 남편의 잘못된 행동은 철저히 무시하고 그런 행동을 보이지 않을 때에만 이쪽에서도 어떤 노력을 할지 협상하는 것이다. 만약 아내가 두려움 때문에 무조건 순종하거나 반대로 남편을 굴복시키기 위해 경쟁하거나 비난하면 정말 ‘적과의 동침’이 시작되는 것이다.

양창순(서울백제병원 신경정신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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