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치도 대수술하라

  • 입력 1998년 6월 19일 19시 34분


정치개혁에 시동이 걸렸다. 늦었지만 당연한 일이다. 본란(1월26일자)은 정치개혁을 되풀이 촉구하면서 국회의원 선거제도에 독일식 정당명부제 도입을 검토해 보도록 제안한 바 있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6·4지방선거에 매달려 정치개혁을 외면했다. 이제부터라도 과감한 개혁방안을 마련하고 실천해야 한다.

선거제도와 관련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18일 정당명부제 도입을 집중 검토하라고 국민회의에 지시했다. 정당명부제는 정당의 지역편중을 완화하고 사표(死票)를 방지하며 선거에 돈이 적게 든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런 취지를 살리려면 정당명부제 선출케이스 의원의 배분 비율을 높이고 후보자 선정과정을 민주화해야 한다.

김대통령의 구상처럼 소선거구제와 정당명부제를 병행한다면 정당명부제 의원의 배분 비율을 전체 의원정수의 3분의 1 이상으로 해야 개혁의 실질을 살릴 수 있다고 본다. 현직 의원들은 정당명부제 의원비율을 줄이려 하겠지만 전체의원 2백99명 중 46명(15.4%)인 현행 전국구 배분 비율을 약간 넘는 정도라면 정당명부제 도입 의미는 퇴색할 것이다. 정당명부제 후보선정에 유권자와 당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장치도 강구해야 한다. 총재나 몇몇 보스가 후보선정을 좌우한다면 보스정치를 강화해 정당을 사당화(私黨化)하는 결과를 빚을 것이다.

정당제도의 경우는 지구당 폐지가 핵심과제로 대두하고 있다. 정치의 고비용구조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지구당 축소 폐지가 필수적이지만 현실에서는 선거제도와 맞물린다.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면서 지구당을 완전히 없애기는 쉽지 않다. 차제에 중 대선거구제를 검토하든지, 소선거구제를 존속시킨다면 지구당을 최소한의 규모와 기능만 갖는 연락사무소로 개편해야 한다.

국민회의가 제시한 국회개선방안 가운데 의장의 당적이탈이나 예결위 상설화에는 여야간 이견이 별로 없다. 그러나 복수상임위제도는 재고해야 마땅하다. 의원들의 국정참여와 감시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필요하다지만 너무 많은 부작용이 예상된다. 한 분야에도 전문성을 갖지 못한 의원들이 두개 상임위를 맡는 것은 의원 전문화에 역행한다. 경제계와 관료사회로서는 ‘상전’이 늘고 비리소지도 그만큼 커진다. 예산도 많이 들고 국회의 효율적 운영도 어렵게 될 것이다.

정치가 개혁되지 않으면 다른 어떤 개혁도 성공할 수 없다. 이제는 정치도 대수술을 받을 때가 됐다. 그러나 기득권에 집착하는 의원들에게 정치개혁을 통째로 맡길 수는 없다. 학계를 비롯한 민간인 주도의 중립적 정치개혁기구를 조속히 만들어 가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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