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희성/비판받는 기아노조

  • 입력 1998년 6월 1일 20시 10분


기아자동차 노동조합이 1일 무기한 전면 파업을 선언했다.

노조가 밝힌 파업 이유는 이렇다. “못받은 상여금이 1인당 9백만원이 넘는데도 회사측은 임금동결과 단체협약상의 임금 복지조항을 개악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노조파업을 지켜보는 주위의 시선은 전과 같지 않다. 기아의 사무직 종업원들은 이구동성으로 “또 노조가 문제를 일으킨다”며 비판적 자세다.

심지어 일부 사무직들은 “그동안 사무직보다 더 혜택을 받아온 생산직들이 생활고를 내세워 파업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실제 기아의 노조원들은 사무직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많은 혜택을 받았다.

작년 7월 부도 직전 노조원에겐 정상적으로 6월분 상여금이 지급됐지만 사무직은 한푼도 받지 못했다.

뿐만 아니다. 노조원에 대한 징계권도 회사가 아닌 노조가 갖고 있다. 사실상 노조가 ‘회사내의 회사’격으로 일부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는 셈. 기아 노조가 전(前)경영진과 함께 기아사태의 주요 책임자로 지목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기아자동차 내부의 기류에도 상당한 변화가 일고 있다. 사내소식지 기아월드가 사원들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기아사태의 원인으로 36%가 외부세력의 음모를 들었다.

이같은 수치는 사태초기 90%와는 큰 차이가 있고 방만한 경영(35%)과 노사문제(17%)를 지적한 사람도 상당히 많아졌다.

작년 1월 기아노조가 노동법 파업을 벌일 때 ‘만년 3등’이었던 대우자동차의 노사가 똘똘 뭉쳐 기아를 제친 사실을 노조는 명심해야 한다는 소리가 회사안팎에서 높다.

이희성〈정보산업부〉lee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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