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걱정스런 선거 무관심

  • 입력 1998년 5월 24일 20시 36분


6월4일의 4대 지방선거는 다가오는데 유권자들은 냉담하다. 연설회에는 기껏해야 수십명, 심하면 몇명의 청중이 모일 뿐이다. 연설원들이 청중에게 봉변을 당하는 일도 잦다. TV토론회 시청률도 저조하다. 그래서 6·4선거 투표율은 전국규모 선거사상 최악을 기록할지도 모른다는 예상마저 나온다.

기명식(記名式)투표가 도입된 60년 시도지사 선거는 예외로 치더라도 91년 기초의원 선거의 55.0%, 광역의원 선거의 58.9%에도 못미칠만큼 투표율이 낮으리라는 관측도 있다. 3년전 4대 지방선거의 68.4%를 크게 밑돌 것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

최대원인은 역시 국제통화기금(IMF)시대의 경제적 사회적 피폐에 있을 것이다. ‘살기도 빡빡한데 선거는 무슨 선거냐’는 생각이 마치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다.

일찍이 겪어본 적이 없는 IMF충격이 지방선거를 직격(直擊)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누적된 정치불신이 선거무관심을 더욱 키우고 있는 것같다. ‘누구를 뽑은들 세상이 좋아지겠느냐’는 절망감 비슷한 정치불신이 사회를 짓누르고 있다.

식어버린 유권자들의 관심을 높이려고 정당과 후보자들이 동원하는 선거운동방식도 이율배반의 악순환을 낳고 있다. 정당과 후보자들은 유권자의 이목을 끌기 위해 상대측에 대한 비방과 인신공격을 강화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유권자의 외면을 부채질한다.

심화된 지역분할구도로 지방에 따라서는 승부가 빤히 보이는 바람에 유권자가 흥미를 잃고 있는데도 후보들은 유권자를 끌어들이려고 지역감정을 더욱 자극한다.

현저하게 낮은 투표율은 선거결과에 민의를 왜곡되게 반영한다. 그런 선거로 당선되는 사람은 민의를 가볍게 알고 자의(恣意)에 흐를 소지가 많아진다. 반면에 선거를 외면하는 유권자들은 당선자를 민의의 대변자로 인정하지 않고 냉소하게 되기 쉽다.

‘민주주의의 위기’를 부를 이런 사태는 막아야 한다. 그러자면 정당과 후보자들이 달라져야 한다. 어떻게 해야 국민의 상처받은 마음을 달래고 선거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을지를 먼저 궁리하고 행동해야 옳다.

비방과 흑색선전이 표를 모으는 시대는 지났다. 후보들은 이 참담한 시기를 함께 고민하는 말과 태도로 유권자를 만나야 한다. 유권자들도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어려울수록 선거에 참여해 유능한 인물을 뽑고 당선자가 하는 일을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

그래야 형편이 조금씩이라도 나아질 수 있다. 외면하면 할수록 상황은 더 나빠질 뿐이다. 경제피폐 때문에 선거와 지방자치까지 포기할 수는 없다. 선거를 제대로 해야 경제도 살릴 수 있다는 것이 IMF사태의 아픈 교훈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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