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여수 오동도]향일암 해돋이 『수도승마저 유혹』

  • 입력 1998년 2월 19일 08시 32분


하늘도 붉고 물도 붉고 동백꽃도 붉고 해도 붉고 이를 바라보는 나그네의 볼도 발그레 달아 오르는 곳. 향일암(向日庵)을 아십니까. 오동도의 동백꽃에 취해 그냥 발길을 돌리는 사람은 두고두고 후회한다. 그것은 향일암의 해돋이가 있기 때문. 신새벽 남해바다 수평선에서 불끈 치솟는 붉은 해, 함초롬히 새벽이슬 머금은 동백꽃, 이들이 함께 맑은 물에 어려 빚어내는 해돋이 광경은 황홀하다. 향일암은 여수와 돌산대교로 연결되어 있는 섬, 돌산도 끝자락에 있다. 돌산대교에서 28㎞ 거리. 글자 그대로 ‘해를 향한 암자’라는 뜻이다. 낙산사의 홍연암, 남해 금산 보리암, 강화도 보문암과 함께 한국의 4대 관음 기도처 중 하나다. 금오산 기암절벽 사이에 제비집처럼 매달려 있다. 주위의 바위들이 온통 거북등처럼 갈라져 있어 영구암(靈龜庵)이라 하기도 한다. 신기하게도 금오산∼향일암∼민박촌∼주차장을 하늘에서 보면 거북의 모습과 흡사하다. 향일암이 자리잡고 있는 곳은 거북의 목부분. 향일암의 해돋이는 12∼2월 사이가 으뜸이다. 해가 떠오르는 장관을 수평선 정면에서 볼 수 있기 때문. 다른때는 해가 약간 비껴 뜬다. 더구나 바닷물 온도가 일년중 가장 낮고 플랑크톤이 적어 일년중 물이 가장 맑다. 그만큼 떠오르는 해도 말갛기 그지없다. 아기동백꽃 같고 동자스님 얼굴 같다. 향일암의 원문(圓門)스님은 “우리같이 공부하는 사람도 때로는 해돋이 장관에 혹하기도 한다”며 멋쩍게 웃었다. 향일암에 가려면 먼저 현지 날씨를 알아보고 가는게 좋다. 1월1일에는 해맞이 관광객 수천명이 몰려 28㎞ 떨어진 돌산대교에서부터 자동차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요즘도 휴일에는 사람들이 몰린다. 0662―44―4742 〈돌산도 향일암〓김화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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