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최영훈/납득어려운 한나라당의 발상

  • 입력 1998년 1월 8일 20시 42분


한나라당이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과 국민회의를 향해 연일 십자포화를 퍼부으며 ‘야당 목소리내기’에 열심이다. 한나라당이 야당으로 성공적인 변신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국민회의측에 96년말 노동관계법 개정안의 여야합의 처리를 반대한 것을 먼저 해명 사과하라고 하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마치 한나라당은 그 전신인 신한국당시절에 이미 현재의 경제위기를 예측한 듯 자신들의 탈법적 행위를 정당화하려 하고 있다.물론 96년말에도 노동시장이 유연해질 필요는 있었겠지만 당시와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까지 받게 된 지금과는 상황이 다르다. 근로자들의 해고문제를 다루는 노동관계법안의 처리에 당시 야당이 반대한 것은 그때로선 ‘이유있는 반대’였지 ‘반대를 위한 반대’는 아니었다. 오히려 당시 신한국당이 마치 군사작전이라도 전개하듯 새벽에 의원들을 버스로 동원해 법안을 날치기 통과시키는 바람에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많았다. 당시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도 “조금만 더 시간을 갖고 야당을 설득하면 97년 2월 임시국회에서의 합의처리가 충분히 가능했는데 여당이 무리수를 뒀다”고 회고할 정도다. 또 그후 집권당으로서 한보 기아사태를 당내경선 등 정치일정 때문에 졸속처리해 나라를 이지경으로 만들어 놓은데는 신한국당에도 ‘절반의 책임’이 있다. 당연히 IMF의 요구로 불가피해진 금융기관 정리해고제 우선 도입법안 처리의 전제조건으로 선사과 해명을 요구하는 것은 정략적 발상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한나라당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집권경험을 가진 야당이다. 과거 야당과는 달리 ‘일의 선후와 사리를 분명히 가려’ 국정의 절반을 책임지겠다는 의연한 모습을 보였으면 한다. 최영훈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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