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제살리기 超黨的으로 협력할 때

동아일보 입력 1997-03-26 20:34수정 2009-09-27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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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난국극복을 위해 정쟁(政爭)을 자제하고 민생과 경제를 되살리는데 힘을 모으기로 한 것은 잘한 일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경제건 민생이건 모두 거덜나 자칫 국가 파산(破産) 상태에 이르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지금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다. 이런 시점에 국민회의 등 야당이 앞장 서 나라와 경제를 걱정하고 여당도 화답(和答)하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은 모처럼 신선한 느낌을 준다.

어제 신한국당의 李會昌(이회창)대표가 야당의 金大中(김대중) 金鍾泌(김종필) 李基澤(이기택)총재를 차례로 방문한 자리에서도 「경제 살리기」가 으뜸의 관심사였다. 지난 연말의 노동법 날치기파동 이후 3개월간 하루도 빠짐없이 상대 당을 공격하고 헐뜯기만 하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이제야 정치권이 정신을 차리고 나라와 국민을 되돌아보는 듯한 느낌마저 주었다. 위기는 또다른 기회를 만든다는 말처럼 여야가 정말 초당(超黨)적으로 협력해 빈사(瀕死)직전의 우리 경제를 되살려줄 것을 기대한다. 한국 원화 가치와 국가경쟁력의 급속한 추락은 과연 우리 경제의 회생이 가능한지조차 의심케 하는 오늘이 아닌가.

문제는 초당적 협력의 분위기가 어느 정도로 과실(果實)을 맺을 수 있느냐에 있다. 여야 정당들이 말로만 정쟁을 지양한다하고 속으로는 연말 대선(大選)을 겨냥한 소모적 정치싸움을 계속한다면 기대할 것이 없다. 그러잖아도 한보재수사가 몰고올 정치권의 태풍을 피해 가자는 여야의 속셈이 맞아떨어져 「정쟁지양, 초당적 경제협력」이라는 겉모습만 잠시 보이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만만치 않다.

이런 의구심들을 떨쳐내지 못한다면 초당적 협력은 말잔치로만 끝날 공산이 크다. 정치권이 힘을 합쳐 경제살리기에 나서는 것과 상관없이 한보와 金賢哲(김현철)씨 의혹 등은 검찰재수사와 국회 국정조사를 통해 철저히 가려내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여야 협력을 빙자해 한보 돈을 받은 정치인 수사를 얼버무리거나 의혹의 진상규명에 소극적 자세를 보인다면 그런 협력은 아니함만 못하다. 또 여당이든 야당이든 대선만을 염두에 두어 시국을 끌고가려 해서도 안된다. 나라의 큰 위기를 정략적으로 이용했다는 지탄을 받지 않도록 유념할 일이다.

경제살리기의 실제 열매를 얻으려면 실현가능한 정책대안(代案)을 내놓아야 한다. 우리 경제가 왜 이 모양이 됐느냐는 울분성 개탄만으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정부와 여야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경제와 민생을 되살리기 위한 중지(衆智)를 모으는 일이 중요하다. 기왕에 정쟁을 자제키로 했다면 국회 한보특위와는 별개로 「경제 국회」를 소집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아울러 대통령과 여야 지도자가 만나 경제회생책을 진지하게 논의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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