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가스값 큰폭 인상 안된다

  • 입력 1997년 2월 9일 20시 13분


가스가격이 곧 크게 오르리라는 소식이 서민을 춥게 한다. 노동법개정을 둘러싼 파업의 여파와 한보사태로 그렇지 않아도 민심이 흉흉한 때여서 더욱 그렇다. 불황이 깊어지고 고용이 불안한데 물가마저 크게 오른다면 그 부담을 어떻게 견딜지 서민들은 걱정이 앞선다. 액화석유가스(LPG)와 액화천연가스(LNG)는 가정의 필수 연료다. 우리 가정의 부엌은 이미 농촌까지도 대부분 가스레인지를 쓰는 입식(立式)으로 바뀌었고 도시가스가 들어가는 지역에서는 난방연료마저 가스로 대체하는 추세가 일반화하고 있다. 그때문에 정부계획대로 오는 3월초 이전에 LPG와 LNG가격이 13∼20% 오른다면 가계부담이 만만치 않다. 3월 이전이라면 아직도 난방이 필요한 계절이다. 이미 몇 차례에 걸쳐 석유류 가격이 크게 올랐는데 가스값마저 큰 폭으로 인상된다면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물가가 전반적으로 따라오르는 계기가 되지 않을지 걱정스럽다. 가뜩이나 서민들은 그런 직접적인 물가 부담 말고도 최근 정부시책에 불만이 많다. 지금 서민들은 정부정책에 대한 총체적인 불신으로 마음이 편치 않다. 노동법개정을 둘러싸고 한달 가까이 진행된 파업으로 경기가 급속하게 시들고 여기에 한보사태까지 가세, 연쇄부도와 대량 실직과 자금난이 겹치고 있다. 게다가 한보수사가 진척되면서 들리느니 억대의 뇌물이야기와 권력층의 연관설 뿐이다. 어쩌다 기업 은행 정치권 등이 이렇게 모조리 썩고 정부가 무능해졌는지 국민은 울화부터 치민다. 서민들은 은행돈을 몇 백만원도 빌리기 어렵다. 그런 은행돈이 수조원이나 한 기업에 대출되고 그렇게 나간 돈이 그룹확장과 정치자금, 뇌물, 비자금 조성에 탕진되었다. 그런 한보사건의 전말을 보면서 서민들은 가스값 몇 천원 오르는 것에 마음 써야 하는 처지가 초라해진다. 한보부실의 후유증이 종국엔 국민 모두의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는데 생각이 미치면 서민들은 더 억울해진다. 가스값 인상소식이 못마땅한 이유는 또 있다. 지금 서민들은 경기위축에 따른 소득불안과 고용불안만으로도 걱정이 태산같다. 그런데 정부는 이런 서민들 마음을 알기나 하는 것인지 주무부처인 통상산업부는 가스값을 한꺼번에 25%나 올리자고 재정경제원에 요구했다고 한다. 이처럼 서민들의 생활물가부담은 아랑곳하지 않는 듯한 정부태도가 서민들 눈엔 오만하게 비치는 것이다. 가스값은 도입가격이 비싸진데다 원화의 환율이 크게 올라 국내 판매가격의 인상이 불가피하다. 그렇더라도 서민들의 정서나 부담, 물가파급영향 등을 생각할 때 인상시기를 분산하고 인상률을 최소한으로 낮추도록 해야 한다. 가정의 소비절약은 그 다음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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