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New]미용실,신세대겨냥 다양한 서비스

  • 입력 1997년 2월 9일 20시 13분


[이성주기자] 머리를 염색하거나 파마하면서 눈앞의 통유리창을 통해 미용실 바깥 거리를 본다. 행인과 눈이 마주쳐도 당당하다. 차례를 기다릴 때나 파마약이 마를 때까지 머리에 비닐캡을 쓴 채 포켓볼을 치거나 전자오락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휴게실에서 케이블TV를 보며 친구들과 잡담을 나누기도 한다. 심심한 건 참을 수 없으니까. 신세대의 취향에 맞춰 요즘 미용실이 급변하고 있다. 세련된 내부장식에 각종 서비스시설을 갖춘 미용실이 늘고 있는 것. 서울 압구정동의 미용실 쥬뗌 헤어갤러리는 2층 70평의 내부 한쪽에 30평 규모의 휴게실을 마련해놓고 있다. 휴게실엔 포켓볼 테이블과 그네를 마련해놓았고 음료를 무료로 제공하는 간이 칵테일바도 있다. 휴게실 소파에서 책을 읽고 있던 김영미씨(28·회사원)는 『다른 미용실에서는 친구를 따라 가면 미용사가 머리를 하라고 강요하거나 언짢은 표정을 짓곤하지만 이곳에서는 굳이 머리를 안해도 편하게 쉴 수 있다』고 말했다. 부근의 유지승미용실, 헤어뉴스 등 30여개 미용실도 비슷한 규모의 휴게실을 갖췄고 리틀조헤어클럽은 포켓볼테이블과 함께 2대의 전자오락기도 설치했다. 90여개의 미용실이 미용타운을 형성하고 있는 이화여대앞에는 바깥벽 대신에 통유리로 창을 낸 미용실이 많다. 화이트미용실 준오 인토끼헤어랜드 등 10여곳은 바깥에서 통유리를 통해 미용실 내부가 훤히 보인다. 한 업주는 『2,3층의 미용실 내부를 유리로 행인에게 보여주면 1층에 못지 않는 고객유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직원은 「예술」을 보여준다는 자부심을,고객은「좋은 곳에서 머리를 한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의 성신여대 홍대입구 등과 지방의 도심에도 요즘 이와 같은 신세대 취향의 미용실이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미용경영전략연구소의 김종근소장은 『미용시장 개방이 이러한 변화의 불을 당겼다』고 말했다. 지난 93년말부터 들어온 프랑스의 자크 데상주, 모즈 헤어와 미국의 판타스틱 샘스 등 외국체인 미용업체는 깔끔한 공간과 철저한 서비스를 무기로 고객층에 파고들었다. 이들 업체는 라이선스료와 미용용품 판매 등으로도 수입을 올린다. 이런 위기 상황이 우리 미용실의 풍경을 바꿔놓고 있는 것이다. 변화는 80년대 중반에 미용업계에 뛰어든 30,40대 초반의 남자 미용사들이 주도했다. 이들은 BMC 머리꾼한국남성미용가회 등의 모임을 통해 정보를 교환하면서 지점이나 체인점을 늘리고 있다. 서울 상계동의 파티오, 충남 천안의 리차드 등 2백∼3백평 규모의 대형 미용실도 속속 생겼다. 미용에 문외한인 전문경영인을 두거나 종업원에게 사진 영화 외국어 등의 교양강좌를 여는 곳도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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