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賢眞 기자]「대우탕」 「현다이수프(soup)」. 새 사람이 들어서면 음식도 바뀐다. 한국음식점이 전혀 없는 지역에 진출한 한국직원들이 인근 음식점을 한국화시켜 만들어낸 메뉴들이다.
대우자동차의 자동차연구소가 위치한 영국의 워딩지역은 런던에서 1시간반가량 거리에 있는 교외. 한국음식점이 없어서 이만저만 고생이 아니었던 이곳 직원들은 최근 이 문제를 말끔히 해결했다. 직원들이 중국음식점을 상대로 끊임없이 「요리지도」를 한 결과다.
이 곳에 위치한 중국음식점 「상하이」에 대우직원들이 들어서면 주인은 알아서 돼지족발과 대우탕을 내놓는다. 대우탕은 일종의 매운탕으로 한국에서 먹는 것과 거의 차이가 없다.
대우직원들은 이 곳에 들를 때마다 『고춧가루를 좀 더 넣어라』 『두부를 썰어 넣어라』는 등 지도를 아끼지 않아 6개월만에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메뉴를 개발해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여기서 나오는 김치. 이 작품은 현지 직원들의 부인들이 음식점에 들러 손맛을 가르쳐 준 결과 탄생했다.
영국 웨일스지역에서 3시간가량 달려 이 곳을 찾은 LG전자의 주재원들도 이 얘기를 듣고 인근 음식점의 한국화에 나설 것을 다짐하며 돌아가기도 했다.
불가리아 소피아시내의 중국음식점 대원각도 ㈜대우와 대우자동차 직원들이 변모시킨 곳. 메뉴에는 없지만 한국직원이 들어서면 가는 국수와 야채, 고깃국물로 끓인 「마이 수프」라는 별명의 대우탕이 나온다. 5달러면 4명이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데 특히 술 마신 다음날 해장용으로 인기다. ㈜대우 金正煥(김정환)지사장 등이 요리법을 조언해준 결과다.
주요그룹중에는 해외인력이 가장 많은 대우가 이런 현상이 뚜렷하지만현대삼성등도빠지지 않는다.
현대전자 미주법인에 근무하는 朱基鉉(주기현)부장은 한국에서 손님이 오면 자신이 개발한 단골식당으로 데리고 간다. 일명 「현다이수프」를 맛보이기 위해서다.
『술안주로 얼큰한 찌개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주위엔 없더군요. 그래서 미국인 주방장에게 고기를 썰어넣고 야채를 넣어 술안주용 찌개를 만들어 달라고 했죠』
이들 식당은 별도의 재료를 마련하는데 다소 손이 가지만 한국직원들이 워낙 큰 단골손님이라 손해를 감수하고 이 메뉴들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