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초등학교 식당은 부모에게 개방돼 있다.
직장이 가까운 엄마들은 도시락을 갖고 와 아이랑 같이 먹는다. 잠시나마 부모와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학교에서 배려해 주는 것이다.
나도 큰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나서 어떻게 지내나 궁금해서 일부러 점심시간에 가보곤 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식당에 신호등이 달려 있었다. 처음에는 파란불이었는데 아이들이 점점 더 떠들자 노란불이 들어왔다. 선생님은 노란불이 들어왔다고 주의를 줬다.
그래도 조용해지지 않자 마침내 빨간불이 들어왔다. 갑자기 불이 꺼지고 식사는 중단됐다. 아이들은 하던 동작을 멈추고 다시 파란불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한번은 둘째를 데리고 갔는데 잠시 앉아있더니 지겨운지 눈치를 보면서 슬슬 의자밑으로 들어갔다. 큰아이가 눈치를 채고 『니키(미국 이름) 앉아. 노란불이야』라며 째려보자 둘째는 깜짝 놀라 다시 의자에 앉는 것이었다. 큰아이는 동생에게 『너때문에 다른 아이들까지 못먹는단 말이야』라고 주의를 줬다.
미국 유치원은 교실마다 화장실이 있다. 화장실 앞에는 두꺼운 도화지를 동그랗게 잘라 앞뒤로 커다랗게 글씨를 써서 매달아 놓는다. 「stop」(누군가 화장실에 있다는 뜻)과 「go」(들어가도 좋다는 뜻)가 쓰여 있다. 아이들이 유치원에 입학하면 선생님은 몇번이나 이 신호의 사용법을 가르친다. 누군가 깜박 잊고 돌려놓지 않으면 그날은 작은 소동이 일어난다. 몇 번 이런 일이 되풀이되면 아이들은 이 규칙을 절대 잊지 않게 된다. 내가 조금 부주의하면 남이 피해를 보게 된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교육을 철저히 한다는 것을 느꼈다.
김숙희
〈필자는 지난 88년부터 95년까지 유학중인 남편을 따라 미국 텍사스에서 살며 형제(8,4세)를 길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