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화제]세계유일 「기생박사」 伊 빈센자 두르소

  • 입력 1997년 1월 3일 20시 38분


「申福禮 기자」 『기생은 천민이에요. 그러나 정2품 이상 관리에게 사랑을 받으면 양인으로 신분이 상승하기도 했어요. 세습기생 외에 3년마다 전국의 관비중에서 1백50명을 선발해 음악 무용 문학 등을 교육했죠. 당시로는 고급인력이었죠. 물론 비단옷에 금은 장식을 달아도 되고요』 이탈리아 여성 빈센자 두르소(39)의 조선기생 연구는 독보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외 통틀어 첫 기생박사이기 때문이다. 그는 독일 함부르크대 조교수로 한국학을 강의하면서 조선시대 기녀를 연구, 이 대학에서 곧 박사학위를 받는다. 『황진이가 너무도 궁금했어요. 황진이에 대해 이것 저것 읽어 보다 도대체 누가 기생이 되고 어떤 교육을 받고 어떻게 살았는지 기생 모두가 궁금해지잖아요』 기생은 여성의 사회생활을 금지하는 유교사회에서 연회나 모임을 가질 때 남성 양반들의 수준에 걸맞은 여성 인력을 공급하기 위해 생겨났다는 것. 기생중에도 등급이 있어 변방에서 활동하는 기생인 창기, 창기중에서 뽑아 서울이나 경기지방에서 활동한 경기, 기녀중에서도 왕이나 외국사신이 왔을 때 궁궐에서 연주하는 여악등이 있었으며 의술을 다루는 의녀도 조선중기부터는 음악을 하는 기녀역할을 병행하게 했다고 두르소는 논문에서 밝혔다. 『기녀는 음악 무용 등 전통문화의 계승자일 뿐만 아니라 문학에서도 두드러진 활약을 보였지만 「노류장화」라는 남성중심의 시각 때문인지 예술적인 측면은 거의 간과돼 왔다』면서 『노비 등 다른 천민계급에 비해 기녀제도에 대한 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인 것 같다』며 그는 안타까워 한다. 이탈리아 나폴리 동방대학에서 한국학을 전공한 그는 81년 정부초청 장학생으로 한국에 와 서울대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2년반동안 조선왕조실록에 매달리느라 고생은 했지만 새로운 분야를 시작한다는 보람은 있었습니다. 조선의 기녀에 대해 좀 더 공부해서 중국과 일본의 기녀제도와 비교 연구를 해 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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