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화제]「SOS어린이마을」 김성헌 원장

  • 입력 1997년 1월 3일 20시 38분


「朴賢眞 기자」 『여긴 좋은데요』 지난해 말 고아원에 가기 싫다며 죽은 아버지 시신을 숨기고 10일간 한방에서 살았던 어린이가 이곳에 온 뒤 두려움 대신 털어놓은 속내다. 한국SOS어린이마을. 서울 양천구 신월동 산동네에 자리잡은 1백53명 고아들의 보금자리. 『다른 고아원과 달리 15가구가 각각 다른 집에 살면서 일반 가정과 똑같이 어머니의 보살핌을 받고 자라죠. 어머니 아래 10여명의 고아들이 형제 자매를 이루고 살아가는 독특한 가정 형식입니다』 평생 결혼하지 않고 아이들을 보살피기로 결심한 15명의 「어머니」들과 함께 이곳을 이끄는 김성헌원장(51). 그도 전쟁 고아 출신이다. 6.25 이후 소매치기 등으로 생활해왔던 그는 지난 60년 대구 SOS어린이마을에 맡겨졌다. 그의 삶은 이곳의 가족적인 분위기 덕택에 바뀌었다. 지난 91년 중령으로 제대, 95년 원장직을 맡았다. 『어릴 때 기억을 항상 더듬어요. 마음속의 응어리를 풀어주지 못하는 한 평생 고아의 그늘에서 살 수밖에 없거든요』 부인과 2남을 둔 그이지만 그 때문에 오히려 이곳 아이들에게 쏟는 사랑이 더 크다. 가슴 아플 때도 많다. 자신을 키워준 어머니가 진짜 어머니가 아니라는 걸 알았을 때, 고아라는 이유로 입사가 거부당할 때 힘들어 하는 그들의 모습을 차마 보기 힘들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들 뒤엔 수많은 가족들이 있어요. 그래서 좌절하다가도 금방 일어섭니다』 올해 이곳의 재정은 무척 어렵게 됐다. 국제본부가 매년 보내던 지원금을 올해부터 중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겨낼 자신이 있다. SOS에 응답할 이름없는 사랑이 아직은 이 세상에 넘쳐 흐른다는 믿음 덕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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