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버스요금 언제 내릴 것인가

  • 입력 1996년 11월 21일 20시 15분


서울 시내버스 「적자 조작」 사건에 대한 비난이 빗발치자 서울시는 버스업체에 대한 실사를 벌여 운송원가나 수입금 조작사실이 확인되면 요금을 내리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20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똑같은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서민가계의 부담을 외면하는 무책임한 시정(市政)이다. 서울시는 앞으로 전문회계법인에 원가검증을 의뢰하는 한편 이와는 별도로 수입금 실사에 나서 그 결과가 나오는대로 버스요금 인하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버스요금 인하시기가 언제 쯤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회피하고 있다. 이같은 서울시의 태도는 다시 한번 시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운송원가와 수입금 조작은 이미 기정사실로 드러난 것이며 그동안 버스요금 인상률이 원가상승률의 두배가 넘는다는 것도 명백히 드러났다. 그렇다면 서울시는 버스요금 인하를 시민앞에 분명히 약속하고 인하시기도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 일정기간의 요금동결같은 미봉책으로는 시민들을 납득시킬 수 없을 것이다. 원가검증은 인하율 결정을 위한 기초사항에 지나지 않는다. 서울시는 버스요금을 인하할 경우 시정에 대한 신뢰 실추와 업계의 반발을 염려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잘못된 것을 바로잡지 않고는 시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한두해의 적자조작도 아니고 서울시가 업자와 짜고 시민을 속인 것이 수십년래의 적폐였다면 이번에 마땅히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버스요금 인하문제는 그 시기와 인하율 못지않게 합리성과 투명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서민가게의 부담을 늘리고 물가상승에의 영향도 큰 버스요금 조정은 원가계산의 정확성과 투명성이 핵심이다. 기왕의 잘못을 호도하기 위해 원가검증이 또다시 왜곡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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