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교실/임신과출산]항암제-여드름치료제 복용은 위험

  • 입력 1996년 10월 29일 20시 19분


임신부는 누구나 「기형아를 낳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한다. 이 불안감은 임신한 사실을 모르고 임신초기에 약을 먹었을 때 더 심해진다. 「약물복용〓기형아」라는 등식을 너무 쉽게 받아들여 임신부와 가족들이 성급하게 아기를 지우는 경우도 있다. 아기가 태어난후 곧 사망하거나 수술을 해야할 정도로 중대한 기형이 나타날 가능성은 2∼3%. 여기에 육손이 같은 치명적이지 않은 기형을 포함하면 5∼10%로 늘어난다. 전체 기형아 가운데 약물복용으로 인한 기형아는 1%이하로 알려져 있다. 약물에 의한 기형아는 탈리도마이드 사건을 계기로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1950년대 유럽에서 임신초기에 구토를 방지하기 위해 탈리도마이드를 복용했던 임신부가 팔다리가 없는 기형아를 분만한 후 약물복용에 대한 공포는 극에 달했다. 기형을 유발하는 약으로는 항암제 항경련제 항응고제 여드름치료제가 대표적인 것이다. 감기약이나 항생제는 기형아와 별로 관련이 없는 것으로 연구결과 밝혀졌다. 그렇지만 임신중 약물복용은 꼭 필요한 경우만 의사와 상의해 적절한 기간동안 가능한한 적게 먹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필요한 경우에도 약을 먹지 않거나 반대로 약을 함부로 복용하면 임신부뿐 아니라 태아에게도 해롭다. 임신중 계속 약을 먹어야 하는 경우는 간질환자에게 항경련제를 쓰거나 심장판막수술을 한 환자에게 항응고제를 주는 것이다. 약을 먹지 않아서 생기는 병이 약의 부작용보다 더 중대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알코올은 기형아 출산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에 임신중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따금 맥주 한두잔 정도는 괜찮다. 담배나 커피의 경우 기형아와는 관계없지만 태아발육지연 조산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약물복용과 관련해 간과할 수 없는 문제는 임신중 태아에게 안전한 약만 먹었는데도 우연히 기형아가 태어나 산모가 죄책감에 시달리는 경우다. 근거없는 자기학대와 주위의 질책은 가뜩이나 심신이 약해진 산모를 사면초가의 궁지로 몰게 된다. 약물복용에 따른 기형아 발생은 단지 복용한 약물의 종류에만 관계되는 것이 아니라 복용한 시기나 약물의 용량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임신초기에 약을 먹었을 경우 즉시 산부인과 의사를 찾아 기형아검사를 해보는 등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02―760―3744 전 종 관 <서울대교수·산부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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