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리 우들런드가 30일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텍사스 칠드런스 휴스턴오픈 최종 4라운드 18번홀에서 통산 5번째 우승을 확정한 뒤 하늘을 보며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휴스턴=AP 뉴시스
“대회 도중 감정이 북받쳐 화장실로 달려가 오열했던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갤러리가 다가오면 나를 죽이려 들지는 않을까 너무 무서웠다. 내면은 죽어가는데 겉으로는 괜찮은 척하며 거짓으로 살고 있는 기분이었다.”
게리 우들런드(42·미국)는 최근 ‘골프채널’ 인터뷰에서 지난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진단을 받았던 사실을 털어놓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이야기하고 나니 내 어깨를 짓누르던 짐을 1000파운드(약 454kg)는 덜어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마음의 짐을 덜자 골프채도 다시 가벼워졌다. 우들런드는 이 인터뷰를 마친 뒤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메모리얼파크 골프코스(파70)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텍사스 칠드런스 휴스턴오픈에 참가했다. 30일 막을 내린 이 대회에서 우들런드는 최종합계 21언더파 259타를 적어내 통산 5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우들런드가 PGA투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건 2019년 US오픈 이후 6년 9개월 만이다. 2023년 뇌종양 진단을 받은 그는 그해 9월 수술을 받았다. 우들런드의 머릿속에는 두려움을 조절하는 부위를 압박하는 종양이 있었다. 머리에 야구공만 한 구멍을 내고 이를 제거하려 했지만 끝내 완전히 없애지 못했다. 이 때문에 우들런드는 수술 4개월 만에 필드로 돌아온 뒤에도 불안함과 경계심을 쉽사리 떨쳐버리지 못했다. 2024시즌 우들런드는 26개 대회에 출전했는데 11번 컷 탈락했다.
하지만 우들런드는 포기하지 않고 선수 생활을 이어 나갔다. 여러 어려움을 이겨내고 필드로 돌아온 그는 지난해 2월 PGA투어 ‘커리지 어워드(Courage Award)’를 수상했다. 한 달 뒤 열린 휴스턴오픈에서 공동 2위에 오르며 재기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그는 1년 뒤 같은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부활을 알렸다.
우들런드는 이날 우승을 확정한 뒤 하늘을 보며 눈물을 터뜨렸다. 우들런드가 캐디, 아내와 차례로 포옹하는 동안 챔피언조에서 함께 경기한 니콜라이 호이고르(25·덴마크)는 멀찍이 떨어져 그의 부활을 축하하는 박수를 보냈다. 우들런드는 “골프는 개인 스포츠지만 오늘만큼은 혼자가 아니었다. 무언가로 힘든 일을 겪고 있는 분들은 나를 보고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들런드는 이날 우승으로 세계랭킹을 51위까지 끌어올리며 내달 10일 막을 올리는 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출전권을 얻었다. 우들런드는 2016년부터 꾸준히 ‘명인 열전’ 마스터스에 출석 도장을 찍었지만 PTSD와 싸워야 했던 지난해에는 초대장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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