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위=동메달’ 발리예바가 만든 희한한 공식

  • 뉴시스
  • 입력 2022년 2월 17일 1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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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올림픽에서 가장 아쉬운 선수는 간발의 차로 메달을 놓친 4위일 것이다. 딱 한 끗이 모자라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다들 1~3위에 초점을 둘 뿐 4위가 조명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17일 막을 내리는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는 4위에게도 메달리스트라는 찬사가 돌아갈 전망이다.

잠재적 메달리스트라는 희귀한 상황의 등장은 잠재적 약물 징계 대상자인 피겨 스타 카밀라 발리예바(16·러시아올림픽위원회)로부터 비롯됐다.

발리예바는 지난해 12월 도핑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사실이 최근 드러나면서 도마 윙 올랐다. 도핑 샘플에서 협심증 치료제이자 흥분제 약물인 트리메타지딘이 검출됐음에도 출전을 허락한 스포츠중재재판소(CAS)의 결정은 잔잔한 연못에 돌을 던졌다.

발리예바는 우여곡절 끝에 빙판 위에 섰지만 세계의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이틀 전 치러진 쇼트프로그램에서는 세계 각국 중계진들이 발리예바의 연기에 코멘트를 하지 않는 방법으로 CAS의 결정을 비난했다.

발리예바의 출전과 동시에 그동안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던 모든 일들이 한순간 틀을 벗어났다. 대표적인 것이 시상식의 실종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발리예바가 3위 이내에 들 경우 시상식을 하지 않겠다고 공표했다.

IOC의 결정은 1등이 유력한 발리예바의 금메달 박탈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의미다.

실제 이는 실현될 확률이 꽤 높다. 여러 복합적인 요소를 고려해 발리예바가 이번 대회엔 나설 수 있다는 잠정 결정이 내려졌지만, 그의 몸에서 금지 약물이 검출된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B샘플 검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온다면, 발리예바의 베이징동계올림픽 성적은 전면 무효 처리된다. 국제 스포츠계는 단지 시간 문제일 뿐 당연히 이 같은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발리예바가 예상대로 금메달을 딴 뒤 박탈 징계를 받는다면 다른 선수들의 순위는 한 계단씩 상승한다. 당장 17일에는 아쉬운 4위에 만족해야 할 선수도 수개월 뒤에는 베이징동계올림픽 동메달리스트로 영원히 기억될 확률이 높다.

발리예바의 고집과 CAS의 결정이 ‘4위=동메달’이라는 전례없는 공식을 만들어냈다.

[베이징=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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