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강홍구]학교 운동회? 올림픽 뒷맛을 씁쓸하게 만드는 사람들

강홍구 기자 입력 2021-08-12 03:00수정 2021-08-12 03:00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방송서 근대5종 놓고 말장난 “따로따로면 예선 통과 하겠냐”
배구協 간부의 감사 강요 이어 올림픽 영웅들에 배려 부족한 듯
강홍구 기자
잘 차려진 밥상을 보면 도저히 손을 부여잡을 수 없는 걸까. 2020 도쿄 올림픽 한국 선수단을 향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숟가락 얹기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가만 보면 숟가락질마저 서툴다. 5년간 올림픽 무대만을 보고 정직한 땀방울을 흘려온 선수들을 위한 배려는 온데간데없다.

10일에는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근대5종 남자 개인 동메달리스트 전웅태(26)의 전화 인터뷰가 도마에 올랐다. 전웅태는 이번 대회 결승선을 세 번째로 통과하면서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근대5종 메달을 목에 걸었다. 1912년 근대5종이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첫 쾌거다.

진행자 김 씨는 근대5종의 마지막 종목인 레이저런(육상과 사격 결합)에 대해 “굉장히 이상하더라. 중학교 운동회 같은 느낌. 빨리 뛰어가서 뭘 집어가지고 뭘 쏘고 뛰어가고” 등의 발언들을 이어갔다. 앞서 근대올림픽의 창시자 피에르 쿠베르탱은 “근대5종 경기를 하는 사람은 승패와 관계없이 우수한 만능 스포츠맨”이라 표현한 바 있다. 경기 방식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는 물론이고 상대에 대한 배려도 없었다. 김 씨는 “이 종목들을 따로따로 국내 대회에 나간다면 예선 통과는 됩니까?”라고 묻기도 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무례하다”고 입을 모았다. 첫 올림픽 메달에 기뻐하던 현장 지도자들도 불쾌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저 전웅태만이 “뭐 아무렇지 않다”며 애써 의연함을 잃지 않았다. 어렵게 찾아온 근대5종을 알릴 기회를 논란에 휘말려 놓치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로 들렸다.

주요기사
앞서 9일에는 대한민국배구협회의 선 넘은 질문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날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린 여자배구 대표팀 환영식에서 진행을 맡은 유애자 협회 홍보분과위원회 부위원장이 주장 김연경(33)에게 포상금 규모가 얼마인지를 묻고, 문재인 대통령의 축전에 대한 답변을 반복적으로 요구해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수백 명의 팬들이 모인 현장 상황을 정리하기는커녕 그저 자기들끼리 공치사에만 급급했다.

반복된 질문에 그동안 숱한 인터뷰로 단련된 김연경도 “제가요? 제가 감히 대통령한테 뭐…”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틀이 지난 11일에도 협회 홈페이지에 팬들의 질타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숟가락 얹기를 넘어 재까지 뿌리는 건 아닌지 지금이라도 자성이 필요한 때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올림픽#뒷 맛#한국 선수단#진행자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
트렌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