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 메이트로 보는 여자배구 ‘꿀 케미’[강홍구의 터치네트]

도쿄=강홍구 기자 입력 2021-08-03 18:24수정 2021-08-03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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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 만의 올림픽 메달에 도전하는 여자배구 대표팀이 4일 대망의 8강전을 펼친다. 이날 오전 9시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터키와 맞붙는다. 5세트 12-14 열세를 뒤집은 한일전 승리는 2020 도쿄올림픽 한국 선수단의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힌다.

선전의 비결로 선수들이 꼽는 건 늘 ‘팀워크’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대표팀 감독도 “선수들이 자매 같다. 그래서 더 특별하다”고 말할 정도다. 주장 김연경도 “경험 많은 베테랑들이 분위기를 잘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여자배구 팀워크에는 어떤 특별함이 있는 걸까. 하루의 시작과 끝을 함께 보내는 선수촌 룸메이트만 봐도 그 단서를 찾을 수 있다.


통상 연차가 높은 순서대로 방장이 되어 함께 방을 쓸 룸메이트를 정한다. 그런데 여자배구 대표팀엔 예전부터 이어오던 암묵적인 룰이 있다. 통상 같은 구단 선수들끼리는 룸메이트가 되지 않는 것이다. 대표팀 소집 기간만큼 평소 자주 보지 못했던 다른 팀 선수들과 가까워지라는 의미다. 실제로 현재 2020 도쿄올림픽 대표팀 12명은 총 5개 방(2인실 3개, 3인실 2개)에 나눠 생활하고 있는데 이 중에 같은 팀 동료와 한 방을 쓰는 선수는 아무도 없다.

고참 센터 김수지(34·IBK기업은행)는 올림픽 무대가 처음인 세터 안혜진(23·GS칼텍스)과 룸메이트다. “함께 방을 써본 적도 없고 혜진이가 워낙 밝으니까 룸메이트를 해보고 싶었다”는 게 김수지의 설명. 주전 세터 염혜선(30·KGC인삼공사)은 라이트 김희진(30·IBK기업은행)과 한 방을 쓴다. 세터와 라이트의 호흡은 팀 공격을 풀어가는 데 중요한 열쇠다. 염혜선은 “같은 1991년생이긴 하지만 2월 생일인 내가 엄연히 선배”라며 웃고는 “다른 것보다 ‘우리 둘이 잘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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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포지션 선수끼리 룸메이트를 하는 경우도 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당시에도 라이트 황연주와 김희진이 한 방을 썼다. 이번에도 양효진(32·현대건설)은 레프트 박정아(28·한국도로공사) 외에도 같은 센터 포지션의 박은진(22·KGC인삼공사)과 룸메이트다. 양효진은 VNL 때도 박은진과 룸메이트였다. 애초 이번 대회 여자배구 대표팀은 4인 1실도 쓸 계획이었으나 방에 여유가 생기면서 적게는 둘, 많게는 셋이 한 방을 쓰게 된다. 나머지 3인실은 오지영(33·GS칼텍스), 이소영(27·KGC인삼공사), 정지윤(20·현대건설)이 쓴다. 공교롭게 세 선수 모두 첫 올림픽이다. 막내 정지윤은 ”AVC 컵 빼고 이렇게 큰 대회를 나와 본 적이 없는데 경험하는 것만으로 감사하다고 생각한다“고 웃었다.


마지막으로 주장 김연경(33·중국 상하이)은 표승주(29·IBK기업은행)와 한 방을 쓰고 있다. 팀이 다르면서 포지션(레프트)이 같다는 불문율 아닌 불문율을 모두 지키고 있다. 전속(?) 룸메이트였던 양효진이 어느덧 대표팀에서 어엿한 고참이 됐으니 그에게 자유(?)를 주었다는 후문이다. 김연경의 한일전산여고 후배인 표승주는 그를 믿고 따르는 후배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여자배구 대표팀은 이번 2020 도쿄올림픽에서 다신 돌아올 수 없는 인생의 값진 기억들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앞서 지난달 23일 개회식에서는 한국 선수단 공동 기수인 김연경의 뒤를 이어 개회식 무대를 밟기도 했다. 4일 예정된 터키와의 8강전에서 승리를 따낼 경우 그 기억들을 더 길게 만들어나갈 기회를 얻는다. 운명의 시간이 이제 곧 다가온다.

도쿄=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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