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 폭염과 사투중인데…오사카 나오미 “날씨 너무 좋아” [김정훈 기자의 도쿄 엿보기]

도쿄=김정훈 기자 입력 2021-07-26 17:53수정 2021-07-26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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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온도가 33도까지 올라가고, 구름이 잔뜩 낀 날씨 탓에 습도가 높아 불쾌한 날씨가 이어지던 26일 오후 1시경. 남자테니스 세계랭킹 5위 알렉산더 즈베레프(24·독일)는 휴식시간에 파라솔 아래 의자에 앉아 흐르는 땀을 연신 훔쳐냈다. 그래도 더위가 사라지지 않는지 얼음물을 계속 들이키며 더위를 이기려고 노력했다.

2020 도쿄 올림픽 테니스 경기에 참가한 선수들이 상대 선수가 아닌 더위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얼마나 더웠는지 ‘골든 슬램’ 도전을 위해 도쿄에 온 세계랭킹 1위 노바크 조코비치(34·세르비아)는 1회전을 마친 뒤 “너무 덥고 습해 부담이 된다”며 “선수들이 모두 지금까지 경험한 것 중 가장 힘들다고 말한다”고 했다. 조코비치는 이날 열린 2회전을 오후 5시경에 시작했음에도 휴식시간마다 연신 물을 들이키고 땀을 닦아냈다. 수건이 부족한 지 휴식시간마다 심판대 아래에 놓인 새 수건을 계속해 가져갔고, 경기 중에도 손목 보호대로 이마의 땀을 훔치기도 했다. 휴식시간에 상의를 벗고 몸을 닦기도 했다.

실제로 도쿄는 때때로 바람이 불어 그늘 아래에 있으면 더위를 피할 수는 있지만 햇빛 아래에서는 그 마저도 뜨거운 바람으로 변한다. 기자가 주머니에 잠깐 넣어뒀던 초콜렛이 순식간에 녹아버리고 5분만 서 있어도 땀이 얼굴을 타고 흘러내린다.

날씨 탓만도 아니다. 테니스 경기가 열리는 일본 도쿄도 고토구 아리아케 테니스 경기장의 센터코트의 구조 역시 선수들을 힘들게 하는 데 한 몫하고 있다. 아리아케 테니스 경기장은 2개 면은 지붕이 있지만 나머지 2개 면은 지붕이 없어 코트에 그대로 햇빛이 내리쬐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특유의 ‘고온다습’한 환경까지 더해지니 경기장은 그야말로 ‘찜통’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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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 탓에 이변도 속출하고 있다. 여자테니스 세계랭킹 1위 애슐리 바티(25·호주)는 25일 열린 여자단식 1회전에서 경기 초반부터 온 몸이 땀으로 젖더니 실책을 27개나 쏟아내며 세계랭킹 48위 사라 소리베스 토르모(스페인)에게 0-2(4-6, 3-6)로 무기력하게 패했다. 바티의 이날 실책 대부분은 힘이 넘쳐 라인을 넘기는 실책이 아니라 힘이 빠져 네트를 넘기지 못하는 것이었다. 바티는 휴식시간마다 땀을 닦아내고 물을 들이켰지만 더위를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일찌감치 짐을 싸야했다.

선수들의 불만과 이변이 속출하는 가운데 단 1명의 스타 플레이어만 이 환경에 대해 극찬을 하고 있다. 주인공은 세계랭킹 2위 오사카 나오미(24·일본)다. 일본 특유의 날씨 탓에 시간이 갈수록 지쳐가는 선수들과 달리 일본 태생인 오사카는 균일한 컨디션을 보이며 안방 이점을 톡톡히 누리며 1, 2회전 모두 2-0으로 압승하며 금메달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오사카는 아리아케 테니스 경기장과 일본 날씨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곳에서 몇 번의 대회를 치러봐 너무 좋고 현재 코트의 상태도 좋다. (고향인) 일본의 날씨 역시 무척 좋다.”

오사카의 금메달이 예상되는 것은 결코 그의 실력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도쿄=김정훈 기자 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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