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사님 업체’라고 불렸던 21그램은 2022년 윤석열 전 대통령 용산 관저 공사를 맡기 전까진 영세 인테리어업체였다. 연 매출 20억∼30억 원에 가정집이나 사무실 리모델링을 주로 했다고 한다. 증축이나 구조 보강 같은 전문 공사는 면허도, 경험도 없었다. 그런 업체가 이미 정부의 관저 공사 의뢰를 받고 설계까지 마친 굴지의 종합건설사를 밀어내고 공사를 따냈다. 그 건설사 간부는 21그램 대표가 김건희 여사와의 친분을 강조하며 종합건설업 면허를 빌려달라고 했으나 거절하자 공사에서 배제됐다고 법정에서 밝힌 바 있다.
▷그렇게 시작된 관저 공사는 졸속을 거듭했다. 공사 면허가 없는 21그램은 급하게 하도급 업체를 섭외해 일을 맡겼다. 공사에 동원된 18곳 중 15곳이 무자격 업체였다. 대통령실은 이런 불법 도급을 방관했다. 작업이 끝난 뒤엔 준공검사도 안 하고 ‘완료’ 서류에 서명했다. 관저 공사를 담당한 김오진 당시 대통령실 관리비서관은 21그램을 누가 추천했는지에 대해 ‘윤핵관’으로 불린 윤한홍 의원으로부터 “김 여사가 고른 업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2차 종합특검에 진술했다.
▷21그램은 공사비로 41억 원을 요구했다. 대통령실이 관저 공사비로 편성해 놓은 14억 원의 3배에 달했다. 정상적인 공사라면 시작 전 계약서를 쓰고 정해진 예산에 맞게 공사가 진행돼야 하는데 관저 공사는 그와 반대였다. 하도급 업체들이 일단 공사를 해놓으면 나중에 그에 맞춰 도면을 그리고 주먹구구식으로 비용 명세를 작성했다고 한다. 21그램이 제시한 41억 원이 객관적 근거가 있는지, 투명하게 집행되는지는 애초에 따지지 않았다.
▷행정안전부가 애꿎게 그 유탄을 맞았다. 대통령실은 행안부를 압박해 모자란 공사비를 대도록 했다. “전용할 예산이 없다. 차라리 인사 조치를 해달라”는 담당 공무원들의 반발에도 결국 강행됐다. 공사비를 증액해야 한다면 대통령실이 정식 예산을 받아 처리하면 될 일이었다. 특검은 당시 대통령실이 관저 내 반려동물 수영장이나 다다미방 등 호화 시설을 설치한 게 드러날까 봐 행안부 예산을 끌어다 쓴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용산 이전 반대 여론을 의식해 일단 예산을 낮춰 잡았다가 야금야금 늘린 것이란 시각도 있다.
▷특혜와 탈법으로 얼룩진 관저 공사는 이후 윤석열 정부 실패의 예고편이었다. 1급 보안시설을 짓는 중대한 국가사업이 영부인 입김에 휘둘리고, 공직자들은 그에 끌려다니거나 출세를 위해 편승했다.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던 날, 21그램 대표는 자신의 아내에게 “정권이 바뀌면 박살 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최근 특검이 관저 예산 불법 전용에 관여한 혐의로 김대기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 고위 관계자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걸 보면 틀리지 않은 예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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