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박성제 사장 “올림픽 정신 훼손한 방송, 사죄드린다”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21-07-26 15:22수정 2021-07-26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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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제 MBC 사장.
박성제 MBC 사장은 26일 “신중하지 못한, 참가국에 대한 배려가 결여된 방송에 대해 마음에 상처를 입은 해당 국가 국민들과 실망한 시청자에 최고 책임자로서 사죄드린다”고 했다. MBC가 올림픽 참가국을 소개하면서 부적절한 사진과 자막을 사용해 물의를 빚은 지 사흘 만에 머리를 숙인 것이다.

박 사장은 이날 오후 3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0 도쿄올림픽 개회식과 남자 축구 중계에서 벌어진 자막 사고 등에 “지구인의 우정과 연대, 화합이라는 올림픽 정신을 훼손했다”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박 사장은 “23일 밤, 개회식 중계 도중 각국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일부 국가와 관련해 대단히 부적절한 화면과 자막이 방송됐다”며 “25일에는 축구 중계를 하면서 상대국 선수를 존중하지 않은 경솔한 자막이 전파를 탔다”고 인정했다. 이어 “지난 주말은 제가 MBC 사장에 취임한 이후 가장 고통스럽고 참담한 시간이었다”고 했다.

그는 “1차 경위를 파악해보니, 특정 몇몇 제작진을 징계하는 것에서 그칠 수 없는 기본적 규범 인식과 콘텐츠 검수 시스템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철저하게 원인을 파악하고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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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올림픽 개회식에 사용된 사진과 자막.

대대적인 쇄신 작업을 이어갈 뜻도 밝혔다. 박 사장은 “방송강령과 사규, 내부 심의규정을 한층 강화하고 윤리위원회, 콘텐츠 적정성 심사 시스템을 만들어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박 사장은 특히 “스포츠뿐 아니라 모든 콘텐츠를 제작할 때 인류 보편적 가치와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고 인권과 성평등 인식을 중요시하는 제작 규범이 체화될 수 있도록 전사적인 의식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박 사장은 방송 사고가 일어난 원인에 대해 “본사나 계열사 직원 한 쪽의 책임을 물을 일은 아니다”라며 “기술적 문제가 아닌 올림픽 정신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참가국을 존중하지 못한 규범적 인식이 미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관련자 징계 등 구체적 방침과 관련해선 “정밀조사가 추가되고 확실하게 돼야 후속조치가 나가고 징계 범위나 경중도 나올 예정”이라고 답했다. 박 사장은 이어 “재발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도록 시스템을 지금보다 강도 높게 보강할 것”이라고 했다.

엘살바도르 소개에는 비트코인 사진을 사용했다. 엘살바도르는 지난달 전 세계 국가 중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 화폐로 채택했지만, 반대 시위가 격화되는 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MBC는 지난 23일 올림픽 개회식 중계방송에서 우크라이나 선수단이 입장할 때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진을 사용했다. 아이티 선수단에는 폭동 사진과 함께 ‘대통령 암살로 정국은 안갯속’이라는 자막을, 엘살바도르는 비트코인 사진을 띄웠다.

올림픽에 출전한 나라를 대표하는 사진으로 해당 국가에서 일어난 대형 참사 등 부적절한 사진을 사용하면서 국내에서 질타가 이어졌고, 해외 언론에까지 소개돼 파문이 더욱 커졌다. 아울러 MBC의 국가 비하 자막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사용된 것으로 알려지자 비난이 연일 이어졌다.

MBC는 또 전날 남자 축구 조별리그 B조 루마니아와의 2차전을 중계하면서 자책골을 기록한 상대 팀의 마리우스 마린 선수를 겨냥해 “고마워요 마린”이라는 자막을 화면 우측에 삽입해 스포츠정신을 망각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자책골을 기록한 상대팀 선수를 겨냥해 “고마워요 마린”이라는 자막을 띄운 MBC. 트위터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hs87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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