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야구 묻어서 안가” 베테랑들 불꽃 투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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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KT 연승행진에 윤활유 역할
LG 41세 박용택 9월 타율 0.474… NC전에선 3점홈런 역전승 이끌어
KT 39세 유한준-36세 박경수도 2할대 타율 이달 들어 불방망이 변신
아직 KS 우승반지 없는 세 선수, 평생의 소원 이루려 전의 불태워

LG 박용택
LG 박용택
최근 8경기에서 7승을 거두며 2위까지 내달린 LG와 6연승으로 4위에 오른 KT에는 다른 팀에서 보기 힘든 존재가 있다. 코치를 해도 어색하지 않은 나이에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베테랑들이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박용택(41)은 현역 선수 연장을 발표해도 괜찮을 만큼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1일 시즌 마수걸이 홈런을 기록한 박용택은 LG의 연승 행진에 제동이 걸릴 뻔한 3일 NC전에서 3-5로 뒤진 8회, 짜릿한 3점 홈런으로 역전승을 이끌었다. 시속 140km 이상의 패스트볼을 던지던 NC 문경찬이 한가운데로 던진 시속 139km짜리 밋밋한 패스트볼을 놓치지 않고 잠실구장 오른쪽 관중석으로 날린 것. 9월 5경기에서 타율 0.474(19타수 9안타)의 맹타를 휘두른 박용택은 8월까지 2할대(0.299)였던 시즌 타율을 3할대(0.319)로 끌어올렸다. 박용택을 앞세워 선두권 판도를 뒤흔든 LG는 선두 NC마저 1.5경기 차로 따라붙었다.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는 KT의 6연승 순간에는 유한준(39), 박경수(36) 두 베테랑의 활약이 있었다. 6일 키움과 6-6으로 팽팽히 맞선 8회 2사 2루. 키움 벤치는 타석에 선 KT 강백호(21)를 자동 고의사구로 거르고 유한준과의 승부를 택했다. 타율이 3할이 넘는 젊고 까다로운 타자를 상대하기보다 전성기가 지났다는 평가를 듣던 유한준과의 승부가 유리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오판이었다. 풀카운트 승부를 벌인 유한준은 중견수 쪽으로 결승 적시타를 날렸다. ‘큰형님’이 한 건 하자 ‘둘째 형님’도 가만있지 않았다. 후속 타자로 나선 박경수도 중견수 앞 안타로 쐐기 타점을 기록하며 KT의 8-7 승리를 만들었다. 두 고참이 합작한 2점이 없었다면 상승세가 꺾일 수도 있었다.

왼쪽부터 KT 유한준, KT 박경수
왼쪽부터 KT 유한준, KT 박경수
7일 현재 유한준의 시즌 타율은 0.287, 박경수는 0.276. 전성기에 비하면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가을로 접어드는 9월에 유한준은 타율 0.389, 박경수는 0.438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1군 활동 햇수만 합쳐 ‘반백 년’(49시즌)인 박용택, 유한준, 박경수의 공통점은 한국시리즈(KS) 우승 경험이 없다는 것이다. 2000년대 초반 왕조를 구축했던 현대 출신 유한준은 그의 1군 데뷔(2005시즌) 때부터 현대가 하향세로 접어들면서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박경수는 아예 포스트시즌 무대에 서 본 적도 없다. 최근 ‘은퇴 투어’가 무산돼 아쉬움을 삼켜야 했던 박용택은 “은퇴 투어보다 KS 우승을 하고 헹가래를 받는 ‘우승 투어’를 하고 싶다”며 얼마 남지 않은 선수 생활을 보내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경험 많은 이들의 활약이 팀의 고공비행을 이끄는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팀의 상승세와 더불어 평생 꿈꿔온 우승 소원을 이룰지 관심이 쏠린다.

한편 LG의 8연승은 좌절됐다. 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경기에서 롯데는 2회까지 10점을 뽑은 타선의 활약에 힘입어 LG에 12-6으로 승리했다. LG 라모스는 3회 2점 홈런(시즌 31호)을 터뜨리며 1999년 이병규가 세운 한 시즌 팀 최다홈런 기록(30개)을 넘어섰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프로야구#kbo리그#lg 박용택#kt 유한준#kt 박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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