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린 주루·매운 방망이…두산 화수분, 이번엔 포수 최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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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최용제. (두산 베어스 제공)© 뉴스1
두산 베어스 최용제. (두산 베어스 제공)© 뉴스1
무명 포수 최용제(29)가 신들린 주루와 매서운 방망이로 팀을 위기에서 건져내며 두산 베어스 ‘화수분 야구’의 새로운 주자로 떠올랐다.

최용제는 지난 2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시즌 12차전에 연장 10회말 대수비로 투입돼 팀 승리를 이끄는 결정적 활약을 펼쳤다.

양 팀이 4-4로 맞선 연장 12회초 선두타자로 첫 타석을 맞이한 최용제는 NC의 바뀐 투수 임정호를 상대로 중전안타를 터뜨리며 1루를 밟았다. 이어 박건우가 좌중간을 가르는 타구를 날리자 홈을 파고들었다.

NC의 중계 플레이는 군더더기가 없었다. 유격수 노진혁이 중견수 김성욱의 송구를 이어받아 홈에 공을 뿌렸다. 포수 양의지가 공을 잡은 시점에 최용제는 홈 플레이트에서 꽤 멀리 떨어져 있었다. 완벽한 아웃 타이밍이었다.

여기서 반전이 일어났다. 최용제는 양의지의 포구를 확인한 뒤 자신의 속도를 죽였다. 최용제의 예상치 못한 주루 플레이에 태그를 하려던 양의지는 중심을 잃고 그대로 홈 플레이트 부근에 드러눕고 말았다. 그 사이 최용제가 왼발을 쭉 뻗어 홈 플레이트를 밟았다. 양의지도 재차 태그를 시도했지만 최용제의 발이 더 빨랐다.

NC는 비디오판독을 신청했다.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재치 넘치는 주루 플레이로 득점에 성공한 최용제 덕분에 두산은 5-4로 앞섰고, 이어진 오재일의 적시타와 허경민의 희생플라이로 2점을 보태 7-4로 승리했다.

하루 전, 1일 NC전부터 시작된 최용제의 활약이다. 1일 경기에서도 최용제는 교체로 출전해 8회초 첫 타석에서 배재환을 상대로 2타점 3루타를 뺏어냈다. 팀에 6-4 리드를 안기는 천금 같은 적시타이자 자신의 올 시즌 첫 안타였다. 두산은 8-4로 달아난 뒤 8-8 동점을 허용했지만 연장 끝에 결국 12-10으로 이겼다.

4연패로 위기에 빠져 있던 두산은 최용제의 활약에 힘입어 NC를 상대로 2연승,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자칫 연패가 길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최용제가 방망이와 주루로 연승을 이끌었다.

광주진흥고, 홍익대학교를 졸업한 최용제는 2014년 육성선수로 두산에 입단한 뒤 2016년 정식선수로 전환돼 그해 1군 무대에서 4경기를 뛰었다. 이후 상무 야구단에 입단해 병역을 마친 뒤 지난해 두산에 복귀했다.

제대 후 복귀한 최용제의 팀 내 입지는 좁았다. 주전 포수였던 양의지가 FA 자격을 얻어 NC로 이적했지만 박세혁이 주전 자리를 꿰찼고, 백업 자리 역시 이흥련과 장승현 등이 차지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베테랑 정상호까지 가세했다.

그러나 최용제는 묵묵히 퓨처스리그에서 때를 기다렸다. 결국 최용제에게도 1군에서 뛸 기회가 생겼다. 이흥련이 SK 와이번스로 트레이드됐고, 박세혁이 최근 무릎 부상으로 마스크를 쓸 수 없게 됐다. 아직 백업 역할이지만, 최용제는 선두 NC를 상대로 존재감을 확실히 발휘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소중한 기회를 잘 살려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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