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살 LG 박용택, 5번째 가을야구 ‘대타’ 아닌 ‘선발’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7일 22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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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부터 10년 연속 100경기 이상 출전하며 ‘타율 3할’을 유지해온 LG 박용택(40)은 올해 세월의 무상함을 실감해야 했다. 우리 나이로 불혹을 넘긴 올해 0.282로 타율 3할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크고 작은 부상으로 출전 경기 수도 2008년(96경기) 이후 11년 만에 100경기를 밑돌았다(64경기). 내년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그에게 나이를 먹으면 아무도 피할 수 없다는 ‘에이징 커브(Aging curve·나이대별 성적 변화 곡선)’가 찾아온 듯했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이 오자 박용택은 언제 그랬냐는 듯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박용택의 ‘가을 본능’은 NC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부터 빛을 발했다. LG가 1-0으로 간신히 앞선 4회말 무사 1, 3루에서 대타로 타석에 선 박용택은 NC 투수 박진우의 공을 잠실구장 오른쪽 담장으로 걷어 올렸다. 규모가 작은 구장이었다면 홈런이 됐을 법한 희생플라이에 3루 주자가 홈을 밟은 것은 물론이고 1루 주자까지 2루에 갈 수 있었다. 박용택이 적시에 쳐준 플라이 덕분에 LG는 4회말에만 2점을 얻어 NC의 추격을 여유롭게 따돌렸다(3-1 승리).

이어진 준플레이오프(준PO)에서도 박용택의 노련한 방망이는 빛을 발했다. 6일 열린 1차전에서 키움 선발 브리검의 구위에 밀려 6회까지 LG 타자들이 안타 1개조차 쳐내지 못하자 류중일 LG 감독은 7회초 선두 타자로 ‘대타 박용택’ 카드를 꺼내들었다.

타석에 선 박용택은 감독의 속내를 제대로 읽은 듯 주저 없이 브리검의 초구를 받아쳐 우익수 앞 안타를 기록했다. LG 타선을 상대로 던질수록 힘을 내던 브리검은 ‘노히트’가 깨지자 후속 타자 이형종에게 볼넷을 내주는 등 급격히 흔들리다 결국 7회를 넘기지 못하고 강판됐다. 박용택의 안타 후 대주자로 1루에 선 신민재가 ‘견제사’만 당하지 않았더라도 1차전 9회말에 터진 박병호(33·키움)의 끝내기 홈런은 덜 극적이었을지도 모른다.

LG가 3년 만에 가을무대에 복귀한 가운데 외국인 타자 페게로(32)의 존재감이 미미하자 팬들은 ‘대타’ 박용택이 아닌 ‘선발’ 박용택을 원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박용택은 준PO 통산 타율이 0.381(6일 현재)일 정도로 강했고, LG는 그가 맹활약한 2002, 2014, 2016년 준PO를 통과해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2002, 2016년 당시 LG에 무릎을 꿇은 팀은 공교롭게도 키움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현대와 넥센이다.

팬들의 바람이 통한 것일까. 류 감독은 7일 열린 키움과의 2차전에 박용택을 6번 지명타자로 선발 배치했다. 대신 1차전에서 3타수 무안타 등 포스트시즌 7타수 무안타로 부진한 페게로를 제외시켰다.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를 가을 무대에서 박용택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에 LG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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