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욕설에 가려진…짚고넘어가야 할 ‘빈볼 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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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4월 30일 11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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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구 맞은 정수빈, 갈비뼈 골절로 장기 이탈 예상

롯데 자이언츠 구승민. /뉴스1 © News1
롯데 자이언츠 구승민. /뉴스1 © News1
논란이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면서 문제의 시발점인 ‘빈볼 여부’는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2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시즌 5차전 경기는 올 시즌 최대 논란거리를 만들어냈다. 몸에 맞는 공으로 인한 양 팀 사령탑의 신경전, 그로 인한 벤치클리어링이다.

9-2로 크게 앞선 두산의 8회말 공격. 2사 1,2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정수빈은 롯데 투수 구승민의 강속구에 옆구리를 맞고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타석에 쓰러졌다. 이후 상황은 이미 수많은 보도로 잘 알려졌다.

정수빈은 검진 결과 9번 갈비뼈가 골절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두산 관계자는 “정수빈 선수는 1주 정도 절대 안정이 필요하며 2주 뒤 다시 한 번 검진을 받아 재활 기간 및 복귀 시점을 확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의 최대 피해자는 정수빈이다. 정수빈은 올 시즌 타율 0.320 10타점 19득점 5도루 출루율 0.418로 맹활약 중이었으나 예기치 못한 부상으로 장기간 그라운드를 떠나게 됐다.

김태형 감독이 화를 참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팀의 핵심 선수가 사구로 큰 부상을 당했다. 더구나 고의성을 느끼기에 충분한 사구였다. 앞서 7회말에도 정병곤이 정성종의 투구에 등 한가운데를 맞았고, 8회말 정수빈에 앞서 내야 뜬공으로 물러난 뒤 불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제구가 잘 되지 않아 타자를 맞히는 공과 타자를 겨냥해 던진 공은 이제 일반 팬들도 어느 정도 구분할 수 있다. 수십년 승부의 세계에 몸담은 이들에게는 더욱 확연히 구분되는 부분이다. 물론, 당사자가 아니라고 하면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두산은 이날 승리로 롯데전 8연승을 달렸다. 올 시즌 5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승리했다. 반대로 롯데 입장에서는 두산 상대 열세를 극복하지 못한 채 주말 3연전을 싹쓸이당하며 시즌 5연패를 당했다.

승부가 사실상 결정난 경기 후반. 앞서고 있는 팀에서 공세를 늦추지 않으면 지고 있는 팀은 심기가 불편해질 수밖에 없다. 과거에도 이같은 일로 종종 빈볼 시비가 벌어지곤 했다. 프로야구계의 ‘악습’이다. 이번에도 정황은 빈볼을 의심할만 했다.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 /뉴스1 © News1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 /뉴스1 © News1

그러나 논란은 김태형 감독의 ‘막말’에 초점이 맞춰졌다. 흥분한 김태형 감독이 정수빈 곁으로 다가가 공필성 롯데 수석코치와 구승민에게 욕설을 했다는 것. 특히 구승민을 향해 “투수같지도 않은 XX”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비난의 화살은 김태형 감독과 두산 쪽으로 돌아섰다.

김태형 감독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난해까지 두산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동갑내기 공필성 코치에게 욕설을 한 것은 시인했다. 하지만 구승민에게는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강력히 부인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30일 상벌위원회를 통해 28일 잠실경기 벤치클리어링 사태를 심의할 예정이다. 심의의 주된 내용은 김태형 감독의 부적절한 언행이다. 감독이 경기장 내에서 욕설을 내뱉은 것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는 잘못이기 때문에 징계가 예상된다.

결과적으로 김태형 감독의 흥분이 논점을 흐렸다. 만약 김태형 감독이 화를 참고 의연하게 대처했다면 롯데 투수들의 빈볼 여부가 논란으로 번졌을 가능성이 높다. 김태형 감독의 욕설에도 제재가 필요하지만 상대 선수의 신체에 손상을 입히는 빈볼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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