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착같이 뛴 노장들 ‘아저씨 저팬’ 조롱 뻥 차버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2018 RUSSIA 월드컵]日, 세네갈과 비겨 1승1무 ‘16강 눈앞’

‘더 이상 기적이 아니다.’

일본이 축구대표팀의 선전에 감격했다. 16강 진출의 희망으로 들뜬 분위기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세네갈전을 2-2로 마친 25일. 일본 수도 도쿄 중심가인 시부야에는 수많은 인파가 쏟아져 나와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자신의 트위터에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접전이었다. 강호 세네갈을 상대로 승점을 얻었다. 이 기세 그대로 폴란드전에서 예선 돌파를 기대한다”고 썼다. 일본 언론들은 앞서 러시아 사란스크에서 열렸던 콜롬비아와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데 대해 ‘사란스크의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아시아 국가 중 처음으로 월드컵에서 남미 팀에 승리했기 때문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세네갈전에서 일본이 선전을 이어가자 “더 이상 기적이 아니다”고 썼다. 일본의 승리가 행운이 아닌 실력이었음을 확인했으며 16강 진출도 눈앞에 다가왔다는 것이다.

일본은 이날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 아레나에서 열린 세네갈과의 H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끈질긴 승부 끝에 비겼다. 1승 1무로 세네갈과 함께 조 공동 선두에 오른 일본은 28일 폴란드와의 3차전에서 무승부만 해도 16강에 오른다.

혼다 게이스케(32·CF 파추카) 등 노장들이 대거 복귀한 이번 일본 대표팀의 평균 연령은 28.2세로 일본 대표팀 역대 최고령이다. ‘아저씨 저팬’이란 비아냥거림을 듣던 일본 대표팀은, 그러나 한발 더 뛰는 투혼을 발휘했다.

세네갈전에서 일본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누빈 총거리는 105km로 102km인 세네갈에 앞섰다. 경기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세네갈 선수들의 움직임은 눈에 띄게 느려졌다. 일본은 세네갈보다 111차례나 더 많은 패스를 수행하면서도 5%포인트 더 높은 패스 성공률(일본 84%, 세네갈 79%)을 기록했다.

니시노 아키라 일본 감독은 경기 후 “우리는 오늘 죽을 만큼 뛰었다”며 “우리는 세네갈을 반드시 이겨 일찍 16강 진출을 확정하려 했다”고 말했다. 니시노 감독은 “비록 16강 진출을 확정하진 못했지만 오늘 우리의 결과는 다음 경기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세네갈의 알리우 시세 감독도 “일본이 뛰어난 팀이란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월드컵 출발 직전까지만 해도 약체 소리를 듣던 일본 축구의 놀라운 반전이다.

전반 11분 세네갈 사디오 마네의 골로 0-1로 끌려가던 일본은 전반 34분 이누이 다카시가 만회골을 만들었다. 1-2로 끌려가던 후반 33분에는 교체 멤버로 투입된 혼다가 이누이가 골문 왼쪽에서 올린 빠른 땅볼 크로스를 골로 연결시켰다.


한때 일본 축구의 ‘아이콘’ 대접을 받았던 혼다는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는 전임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과의 불화설에 휩싸였고, 세대교체를 명분으로 대표팀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축구협회가 월드컵을 두 달 앞두고 전격적으로 할릴호지치 감독을 경질하고 기술위원장이던 니시노 감독을 임명하면서 혼다도 다시 대표팀의 부름을 받았다. 여론은 혼다에게 우호적이지만은 않았으나 혼다는 실력으로 그간의 논란을 잠재웠다. 콜롬비아와의 경기에서 1-1 동점이던 상황에서 오사코 유야의 결승골을 어시스트했고, 세네갈전에서는 동점골을 터뜨렸다.

이번 골로 혼다는 월드컵 3개 대회 연속 득점을 올린 첫 일본인 선수가 됐다. 또 개인 통산 4골(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 2골, 2014년 브라질 대회 1골)로 아시아 선수 월드컵 최다 골 기록도 세웠다. 종전 기록은 박지성 안정환(이상 한국), 팀 케이힐(호주), 사미 알 자베르(사우디아라비아·이상 3골) 등이 가지고 있었다.

콜롬비아와의 경기 후 관중석 쓰레기를 치워 국제적인 호평을 받았던 일본 관중은 이날도 세네갈 관중과 함께 경기장을 정리했다. 하지만 일부 관중은 경기 중 전범기인 욱일기를 펴 들어 논란을 일으켰다. 태평양전쟁 중 사용됐던 욱일기는 침략의 상징이다. 혼다의 동점골 직후 일본 관중이 흔든 욱일기가 중계 화면에 포착돼 몇 초간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노출됐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선수와 관중의 정치적 의도를 담은 의사 표현을 금지하고 있다. 일본 팬들은 그동안 축구 경기에서 여러 차례 욱일기를 사용해 물의를 일으켰다.

욱일기 문제를 꾸준히 지적해온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이날 오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일본의 전범기 응원 또 시작됐네요! 이번엔 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해 보입니다”라며 FIFA에 항의 연락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헌재 uni@donga.com·조응형 기자
#러시아월드컵#일본#축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