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 “US오픈, 내 골프인생 터닝포인트 될 것”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6월 16일 05시 45분


재미동포 김찬이 15일(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에린힐스골프장에서 US오픈 개막을 하루 앞두고 연습하면서 샷을 점검하고 있다. 에린힐스(미 위스콘신주) |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재미동포 김찬이 15일(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에린힐스골프장에서 US오픈 개막을 하루 앞두고 연습하면서 샷을 점검하고 있다. 에린힐스(미 위스콘신주) |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지난달 JGTO 투어 미즈노오픈 우승
“내 장점은 비거리…PGA 입성 노린다”


“US오픈 출전은 골프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다. 다음 목표는 세계랭킹 100위다.”

5월 28일 일본 오카야마현 JFE세토나이카이골프장에서 열린 일본프로골프(JGTO) 투어 미즈노오픈에서 재미동포 김찬(27)이 우승했다. 국내 팬들에게는 낯선 이름이지만, 그는 이날 우승으로 다시 한 번 ‘골프 한류’를 각인시켰다.

김찬은 두 살 때 미국 하와이로 이민을 갔다. 어려서부터 야구, 축구, 태권도 등 여러 운동을 좋아했던 그는 12세 때 아버지(김낙중 씨)를 따라 골프연습장에 갔다가 골프의 매력에 빠졌다. 더 나은 환경에서 골프를 배우기 위해 애리조나주로 거처를 옮겼다. 본격적으로 골프선수의 길로 접어들자 성장도 빨라졌다. 고교 졸업 당시에는 미국주니어골프연맹(AJGA) 랭킹 4위까지 올랐다.

애리조나주립대에 입학한 김찬은 2학년을 다니던 중 프로로 전향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입성을 꿈꿨다. 그러나 프로무대는 만만치 않았다. 2010년 프로가 됐지만, PGA 투어의 길은 멀고도 험난했다. 퀄리파잉스쿨에서 떨어진 뒤 캐나다 투어를 시작으로 유러피언 투어, 아시안투어, 그리고 JGTO 투어로 이어지는 떠돌이 생활을 했다. 고난의 시간이었지만, 꿈이 있었기에 조금씩 성장했다.

김찬은 “PGA 진출이 꿈이었지만 2011년 퀄리파잉스쿨에 도전했다가 실패했다. 그 뒤 유럽으로 눈을 돌렸고, 2부 투어를 뛰기 시작했다. 7년이 지난 지금도 PGA 투어의 꿈을 이루진 못했다. 그러나 포기하진 않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땀은 배신하지 않았다. 화려하진 않았으나, 꿈을 향해 달렸기에 새로운 길이 열렸다. 특히 JGTO 투어 생활은 김찬을 한 단계 성장시켰다. “2015년 일본 진출 첫 해에는 상금랭킹 90위권에 그쳤다. 그러나 지난해 69위로 컨디셔널 시드를 받았고, 올해 꿈에 그리던 첫 우승을 달성했다. 프로가 된 뒤 처음 경험한 우승이었기에 무척 감격스러웠다.”

줄곧 미국에서 생활했지만, 김찬은 한국어를 잘한다.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는 정도가 아니라, 정확하게 발음한다. 그 덕분에 일본에서 한국선수들과도 금방 친해졌다. 그는 “후배들 중에선 송영한, 황중곤과 친하다. 장익제 선배나 한승수, 이원준 선배와도 가깝게 지내고 있다. 한국선수들과 지내는 것이 즐겁다”고 밝혔다.

3년 만에 결실을 맺었다. 5월 22일 열린 US오픈 일본 예선전을 통과해 본선 출전권을 획득했고, 일주일 뒤에는 미즈노오픈 우승으로 데뷔 첫 승과 디 오픈(The Open) 직행 티켓을 모두 거머쥐었다. 정식 입성은 아니지만, 2번의 PGA 투어 메이저대회 출전은 김찬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

15일(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에린힐스 골프장에서 US오픈 개막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샷을 점검한 김찬은 “PGA 투어는 물론 메이저대회 출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기 전에는 걱정도 되고 긴장도 됐지만, 막상 연습을 하면서 지내다보니 조금씩 마음이 편해지고 있다. 컨디션도 좋고 샷 감각도 나쁘지 않다”며 웃었다. 특히 이번 US오픈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하와이에서 골프를 배운 덕분에 바람이 불 때 경기하는 게 더 편하다”고 덧붙였다.

김찬의 장점은 폭발적인 드라이브샷이다. 188cm의 큰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장타로 JGTO 투어를 평정했다. 올 시즌 JGTO 투어 드라이브 평균 비거리 부문 1위(319.88야드)다. 2년 연속 장타왕 등극을 노리고 있다.

공격적이고 힘 있는 경기 스타일도 US오픈에서 잘 통할 것으로 기대했다. 김찬은 “연습라운드를 해보니 페어웨이가 넓은 편이어서 내 스타일대로 경기할 수 있을 것 같다. 페어웨이를 벗어나면 깊은 러프가 있어 위협적이지만 주눅들 정도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꾸준하게 성장해온 김찬은 더 큰 목표를 향해 뛰고 있다. 그는 “첫 번째는 US오픈과 디 오픈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다. 그 다음은 PGA 입성이다. 올해 안에 세계랭킹을 100위 이내로 끌어올리고, 내년에는 PGA 투어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다”고 얘기했다. 김찬은 미즈노오픈 우승으로 세계랭킹을 266위까지 끌어올렸다.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꿈은 이뤄진다’고 믿고 있다.

에린(미 위스콘신주) |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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