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게 나올 아르헨… 중원은 ‘중-고교 선후배’가 맡아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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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제철중-고교 출신 이진현-이승모

20세 이하 축구대표팀의 ‘엔진’인 미드필더 이진현(20·성균관대)과 이승모(19·포항)는 포항제철중, 포항제철고를 거친 선후배 사이다. 각각 공격형과 수비형 미드필더로 ‘찰떡 호흡’을 보여주는 이들은 그라운드 밖에서도 끈끈하다. 이승모는 “(이진현은) 형이지만 친구처럼 편하게 얘기를 나눈다. 진현이 형은 상대 선수들의 플레이 특징을 모두 꿰고 있을 정도로 축구 지식이 풍부해서 많은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이들은 2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아르헨티나와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 조별리그 A조 2차전을 치르는 대표팀의 중원을 책임질 ‘선후배 콤비’로 꼽힌다. 1차전에서 잉글랜드에 패해 벼랑 끝에 몰린 아르헨티나는 한국전에서 공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중원 승부의 키를 쥔 미드필더들이 반드시 제몫을 해줘야 한다.

신태용 대표팀 감독은 22일 전주월드컵경기장 보조구장에서 열린 훈련에 앞서 이진현과 이승모를 콕 집어 기자회견에 나서게 했다. 신 감독은 “아르헨티나전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 비기는 것이 최악이라는 각오다”면서 “미드필더 싸움에서 지면 힘들어지기 때문에 선발이 유력한 두 선수가 의기투합하라는 의미로 기자회견 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왼발 킥이 좋은 이진현은 대표팀의 세트피스 담당 키커다. 대표팀의 세트피스나 상대 수비 뒤 공간을 노리는 긴 패스를 활용한 공격이 성공하려면 기니전에서 정확도가 떨어졌던 이진현의 킥 컨디션이 살아나야 한다. 이진현은 “기니전을 통해 잔디 상태에 적응하고 킥 감각도 끌어올렸기 때문에 2차전에서는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현은 2015년 11월 베트남 친선대회를 끝으로 약 1년 4개월 동안 대표팀에 뽑히지 못했다. 그러나 2월 춘계대학축구연맹전을 관람한 신 감독이 그의 킥 능력을 눈여겨보고 3월 4개국대회부터 대표팀에 합류시켰다. 신태용호의 ‘신데렐라’를 꿈꾸는 이진현은 틈날 때마다 왼발 킥이 좋은 스타 선수들의 영상을 보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그는 “오늘 밤에는 왼발을 잘 쓰는 염기훈 선수(수원)의 영상을 볼 생각이다. 이번 대회에서 공격 포인트 4개를 기록하겠다”고 말했다.

이진현은 후배 이승모를 ‘만능 미드필더’로 표현했다. “승모가 포항제철중에 테스트를 받으러 왔을 때는 얼굴도 하얗고 말라서 축구 선수가 아닌 줄 알았다. 우리 팀에 합류한 뒤로는 공격수와 수비수 등을 소화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호리호리한 몸매(185cm, 70kg)인 이승모는 ‘제2의 김정우’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김정우(183cm, 71kg)는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때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며 한국의 사상 첫 원정 16강에 한몫했다. 수비진 앞에 서는 이승모는 상대 공격수들을 전방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차단하는 임무를 맡는다. 이승모는 “주변에서는 몸싸움이 약할 것이라는 걱정을 하지만 상대와 부딪치는 데는 자신 있다”고 말했다.

이승모는 중학교 1학년 때는 공격수였다가 1년 뒤 수비수로 전향했다. 2015년 17세 이하 대표팀에서는 최진철 감독의 제안에 따라 미드필더로 포지션을 바꿨다. 포지션 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수비력과 공격력을 모두 갖춘 선수가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대회에서 선배 이진현의 크로스를 후배 이승모가 헤딩 골로 연결하는 합작품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이승모는 “아르헨티나 A대표팀에는 리오넬 메시 등 세계적 선수가 많지만 20세 이하 대표팀에는 내가 알고 있는 유명 선수가 없다. 독기를 품고 패기로 맞붙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전주=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20세 이하 축구대표팀#이진현#이승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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