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아이파크는 9일 구덕운동장에서 서울이랜드와 ‘KEB하나은행 K리그 챌린지 2017’ 6라운드 홈경기를 치렀다. 앞선 2경기에서 평균 4593명의 관중이 찾은 구덕운동장에는 쌀쌀한 날씨에 바람까지 분 이날도 2230명이 입장해 되살아난 부산의 축구 열기를 함께했다. 아시아드주경기장을 안방으로 썼던 지난해 부산의 홈 평균 관중이 1534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의미 있는 변화다.
당초 올 시즌 아시아드주경기장과 구덕운동장을 번갈아 활용하려던 부산은 종전 입장을 바꿔 4일 ‘구덕운동장 정착’을 선언했다. 이미 구덕운동장을 홈구장으로 쓰고 있는 내셔널리그 부산교통공사의 동의를 얻고, 일정 변경이 불가피했던 챌린지(2부리그) 타 구단들의 협조를 얻어야 하는 등 과정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대한축구협회 이사를 지낸 최만희 부산 대표는 “부산 축구의 부활을 위해 상징적 의미가 있는 구덕운동장에 뿌리를 박자”며 뚝심을 발휘했고, 결국 실현시켰다.
구덕운동장은 부산 축구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의 장소다. 프로축구 태동기부터 2002년 초반까지 대우 로얄즈(부산 아이파크 전신)의 진한 추억이 여운처럼 남아있다. 로얄즈는 4차례 우승을 차지하며 구덕운동장을 부산의 축구 성지로 만들었고, 김주성 하석주 안정환 등 수많은 스타들을 배출했다.
부산 대우 로얄즈 시절 안정환. 사진제공|부산 대우 구덕운동장으로의 전격 복귀 결정은 현재까진 그야말로 대박이다. ‘축구 성지’라는 상징성을 갖춘 데다, 야구단(롯데 자이언츠)과 농구단(kt 위즈)이 위치한 동부권의 사직동에 비해 그동안 스포츠에 갈등을 느꼈던 서부권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접근성, 시야, 경기 집중도 등의 측면에서도 아시아드주경기장보다 낫다는 평가다. 더구나 경기장 주변 지역상권의 부활도 기대되자, 서구청 등 해당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도 적극적이다.
되살아난 팬들의 함성과 열기 덕분인지 부산은 이날 서울이랜드를 3-0으로 따돌리고 4승1무1패, 승점 13으로 2위 자리를 지켰다. 국가대표 이정협은 후반 15분 논스톱 오른발 슛으로 5경기 연속골을 폭발하며 홈팬들을 열광시켰다.
부산 이정협.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구덕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