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 피플] 권순태 “가시마 이적은 나를 향한 채찍질”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월 31일 05시 45분


편안한 현실에 안주하는 대신, 스스로에 자극을 주기 위해 J리그 가시마 앤틀러스로 이적한 전북현대 출신 수문장 권순태가 새 소속 팀 클럽하우스를 둘러보다 전북 패넌트를 가리키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제공 | HBR SPORTS
편안한 현실에 안주하는 대신, 스스로에 자극을 주기 위해 J리그 가시마 앤틀러스로 이적한 전북현대 출신 수문장 권순태가 새 소속 팀 클럽하우스를 둘러보다 전북 패넌트를 가리키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제공 | HBR SPORTS
J리그 한국선수들 못지않은 활약 필요
전북맨 출신 한국대표란 생각으로 노력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선잠에 들었다가 금세 눈을 떴다. 어렵사리 ‘예스(Yes)’라고 답하기까지 일주일이 필요했다. K리그 클래식(1부리그)의 ‘아시아 챔피언’ 전북현대를 떠나 일본 J리그 가시마 앤틀러스로 향한 골키퍼 권순태(33)는 정신없는 1월을 보냈다. 새 시즌을 준비하는 시간은 언제나 바쁘기 마련이지만 올해는 유독 그랬다.

이달 초 가시마의 정식 프로포즈를 받은 그는 수많은 지인들과 상의 끝에 이적하기로 결정했다. 공식 발표(25일)가 늦어진 것은 여러 가지 세부 조율을 위함이었다. “한국과 일본의 거리는 아주 가깝지만 내 입장에서는 정말 먼 길이었다.” 어렵게 달려온 만큼 설날 연휴도 잊고 부지런히 몸을 만들고 있다. 지난시즌 막바지 입은 부상 후유증을 완전히 털어내고 정상적인 훈련을 진행 중이다.

가시마 합류 직후인 30일 연락이 닿은 권순태는 “나이가 들었더라도 스스로에 당당하고 싶었다. (전북에) 남았다면 나름 편안한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나태함이 싫었다. 스스로를 향한 채찍질로 봐 주셨으면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마음고생이 꽤 컸을 것 같다.

“정말 머릿속이 복잡했다. 생각도 많았다. 날 키워준 소중한 팀을 떠난다는 게 쉽지 않다. 돈으로 바꿀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그런데 언젠가 현역을 떠날 때 후회를 남기기 싫었다. 퇴보하고 싶지 않았다.”

-팀 분위기는 어떤가.

“따스하게 환대해줬다. 내 신분을 잊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외국인 선수다. 내가 먼저 다가서고 가까워지도록 노력하고 있다. 아직은 짧은 영어로 소통하지만 하루 1∼2시간씩 일본어 공부를 하고 있다. 방향과 위치조정 등 축구에 꼭 필요한 기본용어도 조금씩 쓰고 있다.”

-J리그에 한국 골키퍼들이 많은데.

“당연히 부담이 있다. 기존 선수들 못지않게 활약해야 한다는 압박도 있다. 군 복무(상주상무)를 제외하면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전북에 머물렀다(K리그 301경기 334실점). 많은 경험을 통해 진가를 발휘하겠다.”

가시마 앤틀러스 권순태. 사진제공 | HBR SPORTS
가시마 앤틀러스 권순태. 사진제공 | HBR SPORTS

J리그는 한국 골키퍼 전성시대다. 권순태까지 1부 18개 팀 가운데 5명이 한국 수문장이다. 정성룡(가와사키 프론탈레), 김승규(빗셀고베),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구성윤(콘사도레 삿포로) 등이 기량을 인정받고 있다. 이 중 구성윤을 제외한 전부가 국가대표 경력이 있다. 국내의 필드 플레이어들에게 중동·중국이 큰 매력을 준다면 골키퍼들에게는 J리그가 ‘新(신) 엘도라도’로 떠올랐다.

-전북과 가시마는 전혀 다른 환경일 텐데.

“완전한 적응까지 시간을 최소화해야 한다. 두 팀의 패턴이 전혀 다르다. 플레이 전개양상 역시 차이가 있다. 그런데 (이시 마사타다) 감독께서 ‘애써 일본 스타일에 맞출 필요 없다. 전북에서 해온 것처럼 하라. 네 장점을 이미 잘 알고 있다’고 하셨다. 덕분에 비교적 수월히 적응할 것 같다.”

-첫 해외도전의 목표를 전한다면.

“단순히 클럽 선수가 아닌, 전북 맨 출신의 한국대표란 생각으로 기회를 잡겠다. 스스로를 계속 조이고 자극을 주면서 모든 능력을 쏟아 붓겠다. 언젠가 한국으로 향할 때 모두의 박수갈채를 받고 떠나고 싶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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