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지 마, ‘우생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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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참패’ 여자핸드볼 회생 특명 강재원 감독
“과거 영광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틀, 세계적 흐름은 체력-빠른 공수 전환… 대표팀 둘로 나눠 주전 따로 없는 경쟁”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추락한 한국 여자 핸드볼을 구하기 위해 5년 만에 대표팀 지휘봉을 다시 잡은 강재원 감독. 그는 “한국 여자 핸드볼이 세계 정상권에서 밀려난 아픔이 크지만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기회로 삼고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추락한 한국 여자 핸드볼을 구하기 위해 5년 만에 대표팀 지휘봉을 다시 잡은 강재원 감독. 그는 “한국 여자 핸드볼이 세계 정상권에서 밀려난 아픔이 크지만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기회로 삼고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그의 별명은 ‘핸드볼 코트의 마라도나’였다. 신들린 듯한 개인기로 코트를 휘젓고 다니다 상대 골문을 향해 던진 슈팅은 족족 네트에 꽂혔다.

 현역 시절 ‘월드 스타’로 이름을 날린 강재원 감독(52)은 새해 들어 침체에 빠진 한국 여자 핸드볼을 되살릴 중책을 맡아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2012년 런던 올림픽 이후 5년 만에 다시 여자 핸드볼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것이다.

 런던 올림픽 당시 강 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4강전에서 탈락한 뒤 3, 4위전에서 아깝게 패해 노 메달로 마감했다. 강 감독이 다시 대표팀 사령탑 제안을 수락한 이유는 마음의 빚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 핸드볼에서 예선 탈락의 쓴맛을 본 대한핸드볼협회는 주저 없이 강 감독을 불러들였다. 현재 부산시설공단 여자팀을 이끌고 있어 현장 경험을 갖추고 있는 데다 국제적 지명도와 두꺼운 인맥을 갖고 있는 그를 부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1988 서울 올림픽에서 득점왕을 차지하며 한국을 은메달로 이끈 강 감독은 이듬해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국제핸드볼연맹(IHF) ‘올해의 선수’로 선정됐다. 1989년 스위스 프로리그에 진출해 11시즌 동안 소속팀 그라스호퍼와 파디 빈터투어를 8차례 정상에 올려놓았다. 정작 강 감독은 화려했던 ‘지난날’이 핸드볼 인생의 전부는 아니었다고 했다. 남은 인생을 여자 핸드볼에 걸기 위해 과거는 잊기로 했다.

 강 감독은 또 “한국 여자 핸드볼도 과거의 영광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그 부분에서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일단 그는 선발, 후보 구분 없이 경기 상황에 따라 모든 선수를 적재적소에 활용하기로 했다.

“이제 ‘3-2-1’ 같은 한국만의 수비 전술은 통하지 않습니다. 몇몇 선수 위주로 경기를 하는 것도 한계가 왔죠. 엔트리 전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틀을 다시 짜야 하는 시점이에요.”

 대표팀만 오면 벤치에서 오래 쉬는 선수들이 없도록 팀을 당장 이원화해서 운영할 계획이다. 강 감독은 “소집 때는 16∼18명가량의 선수들을 뽑아 두 팀으로 나눠 전후반 30분씩 뛰게 할 것”이라며 “A팀, B팀이면 수준 차이가 나는 것으로 비칠 테니 청팀, 백팀 조합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세계 여자 핸드볼의 대세인 강한 체력과 빠른 공수 전환도 강 감독이 풀어야 할 과제다. 강 감독은 “유럽 팀들의 경기는 팀당 평균 30골 이상 넣는 승부가 펼쳐진다. 반면 국내 리그는 20골대 초반에 머물러 있다. 그만큼 유럽 팀의 공수 전환 속도가 빠르다. 코트 20∼30m를 60분 내내 누비는 체력이 없으면 안 된다는 얘기”라고 분석했다. 강 감독은 “그렇다고 국내 리그가 끝난 뒤 곧바로 대표팀 소집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선수들에게 충분한 휴식을 보장하고 실전 경기 위주로 짧은 시간에 훈련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7, 2019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새로운 버전의 ‘우생순 신화’를 노리고 있는 강 감독은 인터뷰를 마치면서 명예 회복을 힘주어 말했다. “언제부터인가 국제무대에서 한국 여자 핸드볼은 강하지 않은 것으로 비치고 있는데 저부터 도저히 용납이 안 됩니다. 2020년 도쿄 올림픽 전까지 강호의 면모를 되찾아야 합니다. 여자 핸드볼이 얼마나 어렵게 정상에 올라갔는데 허무하게 내려올 수는 없죠.”

유재영기자 elegant@donga.com
#여자핸드볼#강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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