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4할타자’ 홍승우, 3수끝 大入 문 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서울高 2관왕 주역… 서울대 합격
특기생 입학 사전담합 부당 지적하다 블랙리스트 올라 대학 입학 거부당해
재수→美 진출 시도→3수 끝 합격
“마음 편하게 야구하고 싶은 생각뿐”

▲ 홍승우(왼쪽)가 서울고 3학년이던 2014년 5월 1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8강전에서 2-3으로 뒤지던 9회초에 동점 득점에 성공한 뒤 기뻐하고 있다. 동아일보DB
▲ 홍승우(왼쪽)가 서울고 3학년이던 2014년 5월 1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8강전에서 2-3으로 뒤지던 9회초에 동점 득점에 성공한 뒤 기뻐하고 있다. 동아일보DB
 ‘비운의 4할 타자’ 홍승우(20·사진)가 3수 끝에 서울대 체육교육과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누구에게나 대학 합격 소식은 특별할 수 있지만 홍승우에게는 그 의미가 더욱 남다르다. 그가 한국에서 야구를 할 수 있는 곳이라고는 서울대 야구부밖에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홍승우는 서울고 3학년이던 2014년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에서 최다 득점(7점)을 기록하며 모교에 첫 황금사자기를 안겼다. 당시 서울고는 대통령배 대회에서도 우승하며 전국 대회 2관왕에 올랐다. 주로 1번 타자로 경기에 나선 홍승우는 타율 0.429(56타수 24안타)로 시즌을 마쳤다.

 하지만 이듬해 그에게는 소속팀이 없었다. 대학 6곳에 원서를 내 3곳에 붙었지만 2곳에서 ‘입학을 포기하라’는 압박을 받았다. 그나마 입학한 학교에서는 ‘야구부 활동은 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결국 그는 재수를 선택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를 찾는 학교가 1곳도 없었다.

 야구가 하고 싶었던 홍승우는 올여름 미국으로 건너가서 트라이아웃(공개 선수 평가)에 참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병역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홍승우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80여 일 남기고서야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며 “올해는 서울대에만 지원했는데 운이 좋아 합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홍승우가 올해 서울대에만 원서를 넣은 건 “어차피 다른 학교에서는 나를 받아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홍승우가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건 그가 수험생으로서 당연한 권리를 요구한 대가다. 시험을 보고 싶은 대학에 원서를 넣을 수 있는 권리가 그것이다.

 야구 특기생 입시 과정에서 각 대학은 필요한 선수를 미리 점찍어두는 일이 많다. 그래서 예상하지 못했던 지원자가 생기면 입시에 혼선이 생긴다. 미리 들어오기로 돼 있던 선수가 입학을 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홍승우는 이러한 ‘사전 담합’이 부당하다고 지적했고, 결국 입시 비리 수사로 이어졌다.

 홍승우는 “이제 부담을 덜었으니 경기에 뛰고 싶은 마음뿐이다. 일단은 마음 편히 야구를 하고 싶다는 게 제일 큰 바람”이라고 말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야구#홍승우#서울대 야구부#블랙리스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