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배구 대표팀 겁없는 막내 “청소, 빨래 안해도 되니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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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5월 25일 1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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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에서는 방 청소, 빨래를 안 해도 되니 좋아요. 나머지는 다 비슷한 것 같아요.”

겁 없는 막내답게 간 큰 대답이었다. 난생 처음 성인 대표팀에 합류한 강소휘(19·GS칼텍스)가 대표팀과 소속팀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내놓은 답이었다. 강소휘와 함께 대표팀 막내 3인방으로 불리는 이재영(20·흥국생명)과 이소영(22·GS칼텍스)의 답은 조금 달랐다. 이재영은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찾아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늘 감사하다”고 했고, 이소영은 “가슴 위 태극기가 주는 무게감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나 올림픽 무대를 향한 마음은 같았다. 세 선수 모두 “선수 생활을 하면서 꼭 밟고 싶은 꿈의 무대”라고 입을 모았다.

22일 끝난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여자배구 세계예선에서 주장 김연경(28)은 이번 대표팀에 대해 “베테랑과 젊은 선수들의 조화가 잘 된 팀”이라고 했다. 전문가들도 젊은 선수들의 성장에 주목하며 “4년전 런던 올림픽 때보다 대표팀 전력이 강했졌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평가에는 주전은 아니었지만 팀의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해낸 세 선수의 역할도 컸다.

처음 참가한 올림픽 예선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 세 선수는 모두 일본전을 꼽았다. 세트스코어 3-1로 승리한 이 경기에 교체 선수로 나섰던 이재영은 “주전이 아니고 잠깐 교체 투입돼 들어갔지만 코트 안에서 파이팅 할 수 있는 것만으로 너무 행복했다. (대회 초반) 실력 발휘를 못한 것 같아 마음이 안 좋았는데 일본전으로 치유 받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인 공격수 김연경(28·페네르바흐체)과 함께 뛰었던 시간도 젊은 세 선수에게는 큰 자산이 됐다. 이소영은 김연경에 대해 “배구스타일이든 성격이든 모든 면에서 닮고 싶은 언니”라고 말했다. 김연경의 원곡중 후배인 강소휘는 “공격도 좋지만 웬만한 서브 리시브가 모두 세터 머리 위로 올라가는 게 대단해서 많이 물어보고 배웠다”고 했다. 강소휘는 “가끔 가다 (연경언니가) 툭툭 장난을 쳐주는데 아직도 당황스럽고 쑥스럽고 그래요”라며 웃었다.

세 선수에게 이번 대회는 세계 정상급 선수와의 실력차를 느끼는 계기도 했다. 이재영은 “유럽 선수들의 높이 앞에서 키가 작은 ‘나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1차전인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이재영과 교체돼 경기에 들어간 이소영 역시 “이탈리아 선수를 상대로 열심히 리시브에 가담한다고 했는데 생각만큼의 결과가 안나와 미안했다”고 말했다. “오전, 오후 뒤죽박죽인 일정을 치르면서 컨디션 관리의 중요성도 다시금 느꼈다”고 덧붙였다.

올림픽을 꿈꾸는 세 선수의 마음가짐은 같지만 결과는 엇갈릴 가능성이 높다. 14명이 참가했던 세계예선과 달리 올림픽 본선 엔트리는 12명으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이정철 대표팀 감독은 선수들이 진천선수촌으로 다시 들어오는 다음달 5일에 맞춰 최종엔트리를 꾸릴 계획이다.

강소휘는 “아직 내 스스로 대표팀에 들어갈 실력이 아니란 생각에 이번 예선 때 꼭 서브에이스 5개를 성공시킬 생각이었는데 2개 밖에 못해 아쉽다”면서도 “언젠가 대표팀의 주전 공격수로 올림픽에서 반드시 메달을 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세계무대를 향한 막내 3인방의 항해는 이미 시작됐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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