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적’ 정훈 피하지 않은 유희관의 대범함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5월 23일 05시 45분


두산 유희관. 스포츠동아DB
두산 유희관. 스포츠동아DB
상대타율 5할후반대 절대 약세
5회 역전 위기서 몸쪽 정면승부


두산 좌완 유희관(30·사진)은 21일 사직 롯데전에서 5.1이닝 2실점으로 시즌 5승(무패)째를 얻었다. 투구수가 108구에 달했고, 안타를 9개, 볼넷을 4개나 내줬음에도 2실점으로 버텨냈다.

구심의 좁은 스트라이크존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끝까지 무너지지 않고, 선발로서 제 임무를 다했다. 주전포수 양의지(29)가 아닌 백업포수 박세혁(26)과 호흡도 쉽지 않았을 터이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22일 롯데전에 앞서 만난 유희관은 “박세혁이 올 시즌 내 첫 승 경기 포수였다. 잘 맞는다”고 치켜세웠다.

압권은 롯데 정훈(29)과 5회말 2사 1·2루에서의 대결이었다. 두산이 5-2로 앞선 상황에서 승리투수 요건까지 단 1아웃 남겨놓고 정훈이 등장했다. 최근 타격감이 그다지 좋지 않아 8번타순을 맡는 정훈이지만 유희관 상대로는 초강세였다. 20일까지 27타수 15안타(1홈런) 2볼넷이었다. 타율이 0.586, 장타율이 0.741에 달했으니 가히 ‘천적’이라 할만했다. 롯데 타자 중 유희관 상대로 두 자릿수 안타를 친 선수는 정훈이 유일하다.

정훈은 21일에도 첫 타석 우익수 뜬공에 이어 4회 좌익수쪽 2루타를 터뜨렸다. 그리고 승부처인 5회 유희관과 마주한 것이다. 유희관도 신중했는지 볼카운트는 3B-1S까지 갔다. 승부를 피하고, 다음 타자인 김대륙과 대결할 의도마저도 엿보였다. 그러나 풀카운트까지 몰고 간 뒤, 108번째 마지막 결정구로 예상을 뒤엎고, 몸쪽 직구를 던졌다. 정면승부에 정훈도 당황했는지 평범한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유희관은 22일 “처음부터 거를 생각은 없었다. 결정구로 싱커를 생각했는데 본능적으로 맞을 것 같은 예감이 들어 몸쪽 직구로 붙었다”고 웃었다. 유희관은 “내 공이 잘 보인다니 어쩔 수 없다”고 말했지만 굳이 정훈을 피할 생각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사직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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