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외야수 박해민(25·사진)은 올해 정규시즌 우승의 숨은 영웅이다. 테이블세터로 활약하면서 공격의 활로를 뚫었고, 신기에 가까운 중견수 수비로 ‘슈퍼 캐치’의 대명사가 됐다. 무엇보다 도루를 무려 60개나 해내면서 데뷔 첫 개인 타이틀을 따냈다. 성공률이 88%에 이를 정도였다. 삼성 프랜차이즈 선수 역대 최다 도루까지 해냈으니, 더 이상 높은 목표를 잡기는 어렵지 않을까. 그러나 박해민은 고개를 저었다. “70도루에도 충분히 도전해볼 수 있다”고 당차게 말했다.
이유가 있다. 박해민은 “올 시즌 중반에 타격 페이스가 많이 떨어지면서 출루를 많이 하지 못했다. 그때 조금만 더 많이 나갔더라면 올해도 70도루를 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며 “내년에는 타격 슬럼프를 없애고 더 많은 안타를 치고 싶다. 그렇게 되면 더 많은 도루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도루 70개는 사실상 도루왕의 보증 수표다. 자연스럽게 도루 타이틀 2연패도 가능해진다. 또 올해처럼 내년에도 부상 없이 풀 시즌을 뛰겠다는 바람도 담겨 있다.
박해민은 ‘한다면 하는’ 선수다. 적어도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 애쓴다. 1년 전 그는 신인왕 후보 자격으로 KBO리그 정규시즌 시상식에 참석했다. 수상자인 NC 박민우에게 축하의 박수를 쳐주면서 “내년에는 신인왕 후보 말고 개인 타이틀 수상자로 이 시상식에 오겠다”고 다짐했다. 그 목표는 그대로 이뤄졌다. 올해 시상식에는 부모님과 늦둥이 여동생 해영(5) 양을 자랑스럽게 초대했다. 박해민은 어린 해영 양이 삼성에서 가장 좋아하는 선수이자, 누구보다 자랑스러운 오빠다. 그는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오키나와 마무리훈련에 합류해 열심히 훈련하고 돌아왔다. 이제 당분간 좀 쉬고 다시 내년 시즌을 위한 준비를 시작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