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와잭 부상? 풍문 그대로 ‘태업’이었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1월 2일 05시 45분


두산 선수단이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13-2의 대승을 거둔 뒤 ‘2015 KBO 한국시리즈 우승’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두산 선수단이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13-2의 대승을 거둔 뒤 ‘2015 KBO 한국시리즈 우승’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두산 우승 뒷 이야기

“보상 없이 불펜 안뛴다” 버티자 아예 제외
김 감독, 승리때 입던 얇은 점퍼 입다 감기
올 시즌 우승 보험 가입 안해 20억원 놓쳐


마무리투수 이현승이 불펜 문을 열고 나왔다. 용병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가 마운드에서 걸어 내려왔다. 둘은 중간지점에서 마주치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뜨겁게 포옹했다. 두산의 한국시리즈(KS) 우승을 완성한 일등공신들이 마지막 매듭을 짓기 위해 임무를 교대하는 순간이었다. 두산은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KS 5차전에서 승리해 4승1패로 14년 만의 우승을 확정했다. 오래 기다렸고, 간절하게 염원했던 순간. 선수들이 흘린 감격의 눈물만큼이나 풍성한 뒷얘기도 흘러 넘쳤다.

김재호가 떠올린 이종욱과 손시헌

두산 유격수 김재호는 유독 많은 눈물을 쏟은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이유가 있다. “정말 너무 기쁘기도 했고, 무엇보다 함께 뛰었던 이종욱 형과 손시헌 형(이상 NC) 생각도 많이 났다”고 털어놓았다. 두산에서 3차례 KS 준우승을 함께했던 이종욱과 손시헌은 2013시즌 직후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어 NC로 이적했다. 이번 플레이오프(PO)에선 두산의 옛 동료들과 KS 진출을 놓고 경쟁하기도 했다. 양 팀 모두에게 만감이 교차할 만한 순간. 김재호 역시 우승 직전까지의 고생을 함께했던 옛 동료들이 떠올랐던 모양이다.

스와잭 미스터리? 부상 아닌 태업

두산은 용병투수 앤서니 스와잭 없이 PO와 KS를 치렀다. 스와잭은 준PO 1차전에 한 차례 불펜 등판한 뒤 두산의 가을 엔트리에서 사라졌다. 공식적 이유는 부상. 그러나 사실은 풍문 그대로 ‘태업’이었다. 두산의 한 관계자는 “메이저리그에서 자신보다 한 수 아래라고 여겼던 에스밀 로저스(한화)가 엄청난 돈을 받는 것을 보고 불만이 많았던 듯하다. 보상 없이는 불펜으로 뛰지 않겠다고 버텼다”고 고백했다. 그 순간 김태형 감독의 결단이 빛났다. “그렇다면 아예 던지지 말라고 하라.” 결국 두산은 스와잭 없이도 우승했다.

햄버거 징스크와 꿈에 찾아온 손님

두산은 유독 징크스에 신경을 많이 쓰는 구단이다. 김태형 감독은 뚝 떨어진 기온에도 불구하고 승리한 날 입었던 얇은 점퍼를 계속 입다 감기에 걸리기까지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두산의 일부 프런트는 대구의 M사 햄버거를 점심 때 먹고 KS 2차전에서 승리한 뒤 잠실로 돌아와서도 매일 야구장 밖으로 나가 M사 햄버거를 사다 먹었다. 한 직원은 “전날 술을 많이 마셔서 속이 부대꼈지만, 눈을 질끈 감고 햄버거로 해장했다”며 씩 웃기도 했다. ‘천기누설’이 될까봐 미리 공개하지 못했던 길몽도 있다. 두산 김태준 홍보팀장은 PO 4차전이 끝난 뒤 꿈속에서 2001년 두산 우승 당시 프런트의 수장이었던 고(故) 강건구 전 사장을 만났다. 김 팀장은 “잠에서 깬 뒤 정말 우리 팀이 올해 우승하나 싶었다”고 귀띔했다.

아깝게 놓친 우승보험금 20억원

두산은 지난 2년간 한 화재보험사의 우승보험에 가입했다. 4억여원을 내면 우승 시 20억원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었다. 그런데 하필 올해 그 보험 가입을 건너뛰었다. 우승을 크게 기대하지 않아서다. 두산 고위관계자는 “지난해 4강에서 탈락했고 올해는 신임 감독 체제라 포스트시즌 진출만 해도 성공이라 여겼다”고 설명하며 안타까워했다. 다행히 올해 포스트시즌 배당금은 역대 4위 수준. 두산이 넓은 잠실구장에서 준PO, PO, KS를 연이어 치른 덕분이다. 모기업도 어느 정도 돈 보따리를 풀 계획이다. 그러나 만약 여기에 우승보험까지 가입했다면? 두산으로선 날아간 20억원이 아쉬울 따름이다.

● 뒷전으로 밀린 2군 코치들


두산은 우승 직후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축승회를 열었다. 그러나 오랜만의 우승이라 일처리가 서툰 탓에 충분히 넓은 자리를 마련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한 시즌 내내 1군의 승리를 묵묵히 뒷받침했던 2군 코칭스태프가 뒷전으로 밀렸다. 사회자가 1군 코칭스태프를 한 명씩 화려하게 소개하고 노고를 치하하는 동안, 2군 코치들은 호명은커녕 두산그룹 계열사 사장들에게 자리마저 빼앗긴 채 행사장 구석을 조용히 지켜야 했다. 끝내 앉을 자리가 없어 식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떠난 2군 코치들이 대다수였다. 정작 박수 받아야 할 이들이 박수 받지 못했던 축승회. 두산이 우승하던 날의 옥에 티였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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