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가 텍사스 승패 열쇠” 현지 분위기에도 아쉬웠던 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5일 14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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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리그에 ‘신데렐라 스토리’는 없었다. 15일(한국시간) 텍사스에 연고지를 둔 두 팀이 나란히 디비전시리즈 최종 5차전에서 패하며 시즌을 마무리했다. 텍사스를 6-3으로 꺾은 토론토는 1993년 이후 22년 만에 리그 챔피언결정전에 오르는 감격을 맛봤다. 캔자스시티는 선발 조니 크웨이토의 8이닝 2피안타 역투에 힘입어 휴스턴에 7-2로 역전승을 거두며 2년 연속 월드시리즈를 향한 무대에 올랐다. 텍사스는 2001년 오클랜드, 2012년 신시내티 에 이어 디비전시리즈 사상 원정 두 경기를 이긴 뒤 내리 3연패하는 3번째 팀이 됐다. 아메리칸리그 챔피언결정전은 토론토-캔자스시티의 7전4선승제로 17일부터 벌어진다. 두 팀은 1985년 이후 30년 만에 재격돌이다.

●아쉬운 추신수

경기 전 FOX-TV1의 해설자 에릭 캐로스는 9월에 가공할 출루율(0.515)을 기록한 추신수가 텍사스 승패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분석했다. 캐로스 해설자의 전망답게 추신수는 텍사스가 뽑은 3점에 모두 기여했다. 1회 무사 2루서 2루쪽 진루타로 안타 없이 선취점 발판을 만든 게 추신수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번트 없이 진루타를 치는 것도 힘들다. 3회에는 포스트시즌 사상 두 번째 홈런(1점)으로 선발 좌완 콜 하멜스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텍사스는 하멜스가 최근 등판한 11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했다. 7회 2사 3루에서 토론토 포수 러셀 마틴의 실책도 투수를 향한 송구가 추신수의 손에 맞으면서 실책이 빌미가 돼 동점을 깨는 3-2 스코어를 만들었다. 하지만 7회 말 홈팀의 역전 드라마에 휩쓸려 쓸쓸히 2015시즌을 마무리했다. 추신수는 전반기에 ‘프리에이전트 먹튀’라는 비아냥도 들었지만 후반기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포스트시즌 5경기에서 타율 0.238 홈런 1개 타점 2개 득점 4개를 기록했다. 텍사스는 내년 시즌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은 다르빗슈 유가 마운드에 복귀해 하멜스와 강력한 원투펀치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미친 7회

FOX-TV1의 해설자 해럴드 레에널스는 “지금까지 야구를 하고 중계를 하면서 이런 미친 7회는 본 적이 없다”고 했다. 5차전의 승부는 7회에 갈렸다. 7회 초 2-2 동점을 이룬 텍사스 공격 때 마틴이 투수에게 던진 볼이 배터박스에 있는 추신수의 손에 맞고 굴절돼 3루 주자가 홈을 밟았다. 타자가 배터박스에 있을 때 포수의 송구가 타자를 맞거나 배트에 맞으면 라이브볼이 된다. 처음에 구심 데일 스콧이 파울을 선언하자 텍사스 제프 배니스터 감독이 이에 항의했고, 6심이 모여 스코어를 인정했다. 7회 말 토론토 공격에서 범해진 3개의 실책이 유격수 엘비스 앤드루스에게 귀착됐다. 기록상으로는 앤드루스가 2개, 1루수 미치 모어랜드가 송구 실책 1개로 기록됐지만 모두 포구에서 비롯됐다. 앤드루스는 올 정규시즌 22개의 실책을 범했다. 포스트시즌 최종 승부에서 한 이닝 3개 실책은 기록이다. 토론토는 1사 만루에서 조시 도널드슨의 2루수 머리 위를 살짝 넘어가는 2루 땅볼로 동점을 만든 뒤 메이저리그 경력 12년 총 1403경기 만에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은 호세 바티스타가 4만9742명의 로저스센터(구 스카이돔) 팬들을 열광의 도가니에 빠뜨리는 드라마틱한 역전 3점 홈런을 터뜨렸다. 7회에만 두 차례 심판어필에, 두 차례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졌다.

●벼랑 승부에 강한 로열스

휴스턴으로서는 홈 미뉴에트 메이드 파크에서 7회 4점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역전패당한 게 뼈아팠다. 우승은 기회를 잡았을 때 낚아채야 하는 법. 휴스턴은 5차전에 1차전 승리투수 콜린 맥휴, 캔자스시티는 2차전에 6이닝 7피안타 4실점으로 승패를 기록하지 못한 크웨이토를 세웠다. 7월31일 마감시한 때 신시내티에서 트레이드된 크웨이토는 캔자스시티에서 4승7패 평균자책점 4.76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승자가 모두 가져가는 5차전에서 19타자연속 범타를 기록하는 등 8이닝에 단 2피안타(1홈런)에 볼넷 없이 삼진 8개를 빼앗는 역투로 클러치 플레이어가 됐다. 캔자스시티는 2-1로 뒤진 5회 알렉스 리오의 2타점 2루타로 전세를 뒤집고, 8회 지명타자 켄드리스 모랄레스의 굳히기 3점 홈런으로 3경기를 모두 역전승으로 일궈냈다. 캔자스시티는 지난해부터 ‘벼랑 끝 승부’에서만 10승1패로 강한 뚝심을 발휘했다.

로스앤젤레스=문상열 통신원 moonsy102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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