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로 통하는 ‘기적의 문’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4월 24일 05시 45분


최근 외국인선수들이 20대의 나이에 KBO리그에 많이 진출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KBO리그에서 뛰더라도 다시 메이저리그로 진출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 조쉬 린드블럼과 브룩스 레일리, KIA 조쉬 스틴슨, SK 메릴 켈리와 트래비스 밴와트(맨 왼쪽부터 시계방향) 등은 올 시즌 KBO리그에서 활약하는 대표적인 20대 외국인투수들이다.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최근 외국인선수들이 20대의 나이에 KBO리그에 많이 진출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KBO리그에서 뛰더라도 다시 메이저리그로 진출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 조쉬 린드블럼과 브룩스 레일리, KIA 조쉬 스틴슨, SK 메릴 켈리와 트래비스 밴와트(맨 왼쪽부터 시계방향) 등은 올 시즌 KBO리그에서 활약하는 대표적인 20대 외국인투수들이다.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 롯데 린드블럼 등 20대 ML 유망주 투수들, 왜 한국을 선택했나?

린드블럼, 다저스가 애지중지하던 카드
과거엔 ‘한국행=경력단절’ 큰 장벽 인식
이젠 ‘한국서 성공=ML복귀’의식 변화
용병 4명 ML입성 한화 ‘빅리그사관학교’

1997년 11월 15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현대는 투수 조 스트롱과 계약했다.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첫 번째 외국인선수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당시 계약조건은 연봉과 계약금을 합친 10만달러에 한국생활을 돕기 위한 체재비 지원 2만달러가 전부였다. 그 때까지 단 한번도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지 못했던 스트롱의 당시 나이는 36세였다.

스트롱처럼 1998년 이후 수많은 외국인선수들이 태평양을 건너 KBO리그에서 두 번째 야구인생을 시작했다. 홀리오 프랑코(2000년 삼성) 같은 빅리그 스타플레어 출신도 있었지만, 30대의 마이너리거들이 주를 이뤘다. 프랑코 역시 당시 39세였다. 이에 반해 20대의 젊은 선수를 찾기란 최근까지도 매우 어려웠다. 아직 눈앞의 높은 연봉이 주는 달콤한 유혹보다는 메이저리그 진입의 꿈을 저버릴 수 없는 상황, 그리고 ‘경력단절’이라는 큰 장벽이 젊은 유망주들의 한국행을 가로막았다.

● 1998년 30대 마이너리그 투수→2015년 20대 빅리그 유망주 투수

2015년 KBO리그에서 활약 중인 외국인투수들의 모습은 1998년과는 크게 달라졌다. 롯데 조쉬 린드블럼은 이제 28세다. 2007년 드래프트 2라운드로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었고, 팀이 애지중지하며 성장을 기다렸던 특급 유망주 출신이다. 린드블럼은 메이저리그 출장 기록도 110경기나 된다. 시속 154km의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인 만큼 상상을 뛰어넘는 부와 명예를 거머쥘 수 있는 빅리거의 꿈에 계속 도전할 만하지만, 린드블럼은 한국행을 택했다.

올 시즌 KBO리그에는 린드블럼 외에도 미래가 기대되는 20대 외국인투수들이 많다. 브룩스 레일리(27·롯데), 조쉬 스틴슨(27·KIA), 메릴 켈리(27), 트래비스 밴와트(29·이상 SK), 타일러 클로이드(28·삼성) 등이다. 헨리 소사(30), 루카스 하렐(30·이상 LG), 찰리 쉬렉(30·NC) 등은 이제 갓 서른이다. ‘20대 MLB(메이저리그) 유망주의 KBO리그 접수’ 수준이다. 그들은 왜 과거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젊은 나이에 한국행을 택했을까. 트리플A에 있을 때와 비교해 많게는 10배나 많은 연봉만으로는 모든 것이 설명되지 않는다.

● KBO리그는 더 이상 ‘경력단절 리그’가 아니다!

해외스카우트 전문가인 나도현 kt 운영팀장은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외국인선수들에게 한국행은 메이저리그 도전의 경력단절을 의미했다. 한국에 오면 빅리그 진출의 꿈을 접는 것처럼 인식됐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한국에서 잘하면 큰 돈도 벌고, 미국에서도 다시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쪽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현지에서도 한국 구단들과 계약하는 선수들에 대한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파격적인 대우로 한국행을 택한 선수들이 미국으로 돌아가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는 최근 팀을 떠난 외국인선수 4명이 연이어 다시 메이저리그에 진입하며 ‘빅리그 사관학교’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케일럽 클레이, 프랜시슬리 부에노 등이 그렇다.

높은 연봉 외의 보너스도 있다. 2013년 NC에서 뛰었던 아담 윌크처럼 한국 구단이 원 속속구단에 이적료를 지급한 뒤 방출하면 미국으로 돌아갔을 때 FA(프리에이전트) 신분을 얻어 훨씬 더 유리한 상황에서 자신에게 더 안성맞춤인 유니폼을 입을 수도 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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