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아경기]이번엔 양궁장 망신… 폭우에 지붕 ‘기우뚱’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女리커브 개인 8강전 중단 소동… 단체 4강전 女승리-男패배 희비

이번엔 양궁장이다. 인천 아시아경기의 부끄러운 민낯이 또 한 번 드러났다.

양궁 남녀 리커브 단체전 4강전과 개인전 8강전이 열린 26일 인천 계양아시아드 양궁장. 여자 리커브 개인전 8강전이 시작된 오후 4시경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양궁은 비가 오고 강풍이 불어도 경기를 계속하는 종목이다. 선수들은 빗속에서 활시위를 당겼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서 벌어졌다. 미디어 관계자들과 VIP 좌석 쪽 지붕이 빗물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려 한 것이다.

경기는 중단됐고, 위쪽에 걸쳐놓은 방수포에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빗물이 고였다. 안전사고를 우려한 경찰의 안내에 따라 대다수 보도진이 자리를 피했다. 마지막까지 남은 것은 경기를 중계하던 KBS 중계팀이었다.

현장 요원은 방수포에 칼로 구멍을 냈다. 물을 빼려는 시도였다. 그런데 고여 있던 빗물이 한꺼번에 아래로 쏟아지면서 중계팀의 천막을 덮쳤다. 2012년 런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해설을 하던 기보배(26·광주시청)와 이재후 아나운서는 두 팔을 뻗어 무너지려는 천막을 지탱했다.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당초 대회 조직위원회는 이 건물에 지붕을 설치하지 않았다. 대한양궁협회가 방송 장비 보호 등을 이유로 차양막 설치를 요청했지만 조직위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묵살했다. 결국 협회가 경비를 부담해서 간이 방수포를 덮었다. 하지만 시간이 부족해 제대로 된 방수포를 설치할 수는 없었다.

한편 이날 남녀 대표팀의 희비가 엇갈렸다. 장혜진(LH), 이특영(광주광역시청), 정다소미(현대백화점)로 구성된 여자 대표팀은 단체전 4강전에서 인도를 꺾고 무난히 결승에 진출했다. 하지만 아시아경기 9연패를 노리던 남자 대표팀(오진혁 구본혁 이승윤)은 단체전 4강전에서 중국에 덜미를 잡혔다. 남자 양궁 리커브 세계랭킹 1위 이승윤은 앞서 열린 개인전 16강전에서도 슛 오프 끝에 중국의 융즈웨이에게 패했다.

여자 개인전에 출전한 장혜진과 정다소미, 남자 개인전의 오진혁은 4강에 진출했다. 단체전 결승과 개인전 4강 및 결승은 28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인천=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인천 아시아경기#양궁장#폭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