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아경기]박태환… 양학선… 안방이라 더 흔들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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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심리학으로 본 부진의 이유
기대 커지면 본인도 우승자라 여겨
강적 출현이나 돌발변수 걱정들면 몸에 힘 들어가거나 무기력증 보여

사진=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사진=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마린보이’ 박태환(25·인천시청)을 지도하는 마이클 볼 코치(53·호주)는 인천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기자들을 만날 때마다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자유형 200m에 이어 자유형 400m에서도 박태환이 생각지도 못한 기록으로 3위를 했기 때문이다. 자유형 400m에서 8월 호주 팬퍼시픽 때 세운 3분43초15만 기록했어도 1위(3분43초23)를 한 쑨양(23·중국)을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박태환은 올 시즌 개인 최고기록보다 무려 5초가량 늦은 3분48초33을 기록했다. 25일 자유형 100m에서도 8월 세운 개인 최고기록(48초42)에 못 미친 48초75로 은메달을 땄다. 볼 코치는 “정신적인 부담이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흔히 스포츠에서 홈 어드밴티지(이점)를 말하는데 홈 디스어드밴티지(불이익)도 있다. 잘하던 선수가 홈팬들의 과도한 응원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현상이다. 스포츠심리학에는 ‘재정의의 가설’이 있다. 언론과 팬들이 올림픽을 제패한 선수에 대해 ‘아시아경기 3연패 달성’을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이면 해당 선수도 마치 챔피언이 된 듯 자신의 상태를 재정의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무서운 적수가 나타나거나 변수가 생겨 ‘우승하지 못하면 어떡하지?’와 같은 우려가 시작되면 운동 수행능력까지 떨어진다는 것이다.

김병준 인하대 교수(스포츠심리학)는 “박태환은 메이저 국제대회를 처음 국내에서 치렀다. 특히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수영장에서 경기를 했다. 어떤 선수라도 부담을 느꼈을 것이다”고 말했다. 박태환은 부담감에 더해 이미 자유형 400m에서 자신보다 좋은 기록을 낸 쑨양과 무섭게 성장한 하기노 고스케(20·일본)를 지나치게 의식했다는 분석이다.

‘체조의 신’ 양학선(22·한국체대)도 이번 대회에서 홈 팬들에게 신기술 ‘양2’를 선보여야 한다는 부담감에 흔들렸다.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뒤 아시아경기 2연패에 대한 압박이 컸지만 훈련은 잘 안됐고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다.

20일 훈련 중에는 오른쪽 다리를 또 다쳤다. 25일 뜀틀에서 은메달을 딴 양학선은 대회 준비부터 부담감에 시달리며 무너진 경우다.

7월 막을 내린 브라질 월드컵에서 브라질의 참패도 그렇다. 8강까지 승승장구하다 4강에서 독일에 1-7로 졌고 3, 4위전에서 네덜란드에 0-3으로 완패했다. 특급스타 네이마르가 부상으로 빠졌다고 해도 브라질로선 상상할 수 없는 스코어다.

물론 홈에서 더 잘하는 선수도 있다. 특히 단체 경기인 야구의 경우 홈팀이 이길 확률이 약 70%라는 통계도 있다. 결국 홈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에 신경 쓰지 않고 평상심을 유지하는 선수가 이기는 법이다.

인천=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박태환#홈 디스어드밴티지#양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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