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토픽] ‘고민 또 고민’, 끊이질 않는 ‘윤석영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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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년 5월 17일 06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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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영. 스포츠동아DB
윤석영. 스포츠동아DB
월드컵 소집과 EPL 승격 경기 놓고 대한축구협회-QPR 입장 팽팽
본인이 초래하지 않은 상황에 선수 역시 난감, 합류시기 거듭 지연


경기도 파주 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서 2014브라질월드컵을 준비 중인 ‘홍명보호’의 요즘 최대 딜레마는 왼쪽 수비수 윤석영(24·QPR)의 합류 시기다.

QPR은 13일(한국시간) 벌어진 위건 애슬레틱과의 2013~2014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승격 플레이오프(PO) 2차전에서 짜릿한 2-1 역전승을 거두며 새 시즌 프리미어리그(1부리그) 재진입의 꿈을 부풀렸다. 그러나 윤석영의 입장은 난처해졌다. 본인이 초래한 상황도 아니기에 ‘결자해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QPR은 24일 더비 카운티와 런던 웸블리스타디움에서 다음 시즌 1부리그 승격이 걸린 운명의 단판 승부를 펼쳐야 한다. 당초 윤석영은 PO 2차전 직후인 14일 귀국해 파주 NFC에 입소할 예정이었지만, 이처럼 소속팀의 경기일정이 남은 탓에 16일까지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그간 홍명보 감독은 21일부터는 정상적인 전술훈련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시점이면 모든 태극전사들이 모일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슈퍼리그와 일본 J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도 18일과 19일에 걸쳐 귀국한다. 12일 9명의 선수들로 조촐하게 월드컵 대비 훈련을 시작한 뒤 지금까지는 가벼운 놀이를 겸한 레크리에이션 형식의 훈련을 해왔다. 긴 시즌을 보내면서 쌓인 피로를 풀고, 웃으면서 조금씩 컨디션을 끌어올리자는 의도였다. 선수들이 모두 모이고 몸 상태가 회복되면 본격적으로 훈련하자는 취지였다.

물론 윤석영 차출과 관련한 객관적 상황은 우리 대표팀에 유리한 형편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월드컵 출전 선수 보호를 위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를 제외하고 19일부터 25일까지 월드컵 출전국 예비엔트리(30명)에 포함된 선수들은 각 소속팀 경기에 나설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선수들이 월드컵 본선에서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도록 적절한 휴식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영국 언론의 기본 입장도 우리 대표팀과 같다. 런던이브닝스탠더드, 데일리 메일 등 현지 매체들은 최근 “FIFA 규정상 윤석영은 한국대표팀에 합류해야 하기 때문에 QPR에는 이를 거부할 권한이 없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윤석영의 대표팀 합류에는 규정상의 걸림돌은 전혀 없다.

그러나 윤석영의 팀내 입지를 고려하면 마냥 대표팀 합류만을 재촉할 수도 없다. 윤석영은 올 시즌 중반까지 제 몫을 하지 못했다. 시즌 막바지로 접어들어서야 교체 투입 등 조금이나마 출전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더욱이 팀의 운명이 걸린 중대한 경기를 앞두고 FIFA 규정대로 윤석영을 소집하면, 자칫 다음 시즌 윤석영에게 불이익이 돌아갈 수도 있다.

홍명보 감독은 8일 최종엔트리 발표 직후부터 이미 윤석영 문제로 한 차례 골머리를 앓은 바 있다. 같은 포지션에 박주호(마인츠)라는 훌륭한 대안이 있음에도 외면하고, 윤석영을 포함시키자 반대여론이 일었다.

일단 대한축구협회와 QPR의 입장은 최근까지 평행선을 달렸다. 가용자원을 최대한 동원해 마지막 결전을 치르고 싶은 QPR은 “크로아티아대표로 뽑힌 니코 크란차르가 크로아티아축구협회의 동의로 승격 PO 결승전에 나서게 됐다”며 사실상 윤석영의 한국대표팀 합류를 거부했다. 반면 축구협회는 조속한 합류를 요구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윤석영은 대표팀에서나, 소속팀에서나 주전 멤버는 아니다. 물론 충분히 제 몫을 해낼 수 있는 선수라는 점에선 이견이 없다. 그러나 최종엔트리 선발 단계부터 합류 시점까지 윤석영으로 인한 홍명보 감독의 고민은 여전한 것 또한 사실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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