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4시 45분. 홈팀의 훈련이 끝나고 원정팀의 타격훈련이 한창이어야 할 시간. 그러나 대구구장 그라운드는 이례적으로 텅 비어있었다. 배팅 케이지조차 자취를 감췄다. 원정팀 한화 선수단이 평소보다 늦게 야구장에 출근했기 때문이다. 오후 4시가 넘어서도 1루쪽 덕아웃이 텅 비어있자 홈팀 삼성의 류중일 감독조차 “무슨 일 있느냐. 한화는 왜 안 오느냐”며 의아해했을 정도다.
한화 선수들은 시간이 좀 더 흐른 오후 5시에야 구단 버스에서 내렸다. 숙소에서 20분전에 출발했다고 했다. 천천히 외야에 나가 워밍업을 했고, 러닝과 캐치볼로 몸을 풀었다. 평소라면 정확히 한 시간 전에 마쳤을 루틴들이다. 배팅 훈련도 아예 걸렀다. 선수들끼리 짝을 이뤄 가벼운 토스 배팅만으로 끝냈다. 14일까지 5연패에 빠진 한화가 분위기 쇄신을 위해 선택한 ‘쉼표’였다.
한화는 요즘 개막 후 가장 큰 고비를 맞았다. 연패가 이어지면서 최하위 LG에게 바짝 추격당했고, 14일에는 수석코치가 사임해 또 한 번 충격을 받았다. 대구에서 치른 두 경기 동안 펠릭스 피에, 고동진, 정근우, 최진행 등 주축 선수들이 크고 작은 통증을 호소하기도 했다. 앞으로의 일정도 험난하다. 16∼18일 대전에서 SK와 3연전을 치르고, 20∼22일 목동에서 넥센과 만난다. 두 팀 다 올 시즌 한화에 스윕패를 안겼던 상대들이다. 그 후에도 두산과 NC라는 강적들을 연이어 만나야 한다.
그래서 한화는 오히려 발걸음을 조금 늦췄다. 김응룡 감독은 “요즘 야수들에게 피로가 많이 쌓였고 부상자도 많아서 휴식을 주기 위해 훈련을 조금 덜 했다”고 말했다. 때로는 채찍질보다 당근이 답이라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