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피플] 김신욱 “타깃형 공격수 진짜 임무를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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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0월 30일 07시 00분


울산 현대 공격수 김신욱(왼쪽)이 17골로 득점 공동선두에 오르며 정규리그 득점왕과 최우수선수(MVP)는 물론이고 국가대표팀 재승선에 한발 더 다가서고 있다. 28일 울산의 한 식당에서 개인 트레이너 이창현씨와 어깨동무를 한 채 포즈를 취한 김신욱. 남장현 기자
울산 현대 공격수 김신욱(왼쪽)이 17골로 득점 공동선두에 오르며 정규리그 득점왕과 최우수선수(MVP)는 물론이고 국가대표팀 재승선에 한발 더 다가서고 있다. 28일 울산의 한 식당에서 개인 트레이너 이창현씨와 어깨동무를 한 채 포즈를 취한 김신욱. 남장현 기자
■ 울산 현대 김신욱

스크린플레이·터닝까지 장점으로 만들어야
자비로 개인트레이너 구해 유연성훈련 성과

김호곤 감독님 있는 한 울산에서 선수생활
안주했던 태극마크…이제 절실함 알겠다
리그 득점왕·MVP·홍명보호 재발탁 목표


거인은 성큼성큼 정상을 향하고 있다.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우승을 향해 한 걸음씩 내딛는다. 울산 현대 공격수 김신욱(25)의 목표는 정규리그 득점왕과 최우수선수(MVP) 등극, 국가대표팀 홍명보호 재승선이다. 불가능할 것도 없다. 27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 정규리그 33라운드 홈경기에서 후반 19분 결승골을 작렬, 울산의 2-1 승리를 이끈 김신욱은 17골을 기록 중이다. 제주 유나이티드의 브라질 용병 페드로와 득점 공동 선두. 홍명보 감독도 그를 주시한다. 김신욱은 7월 동아시안컵 이후 태극마크와 잠시 이별 중이다. 그러나 홍 감독이 전력에서 완전히 제외시킨 게 아니다. 꾸준히 체크하며 컨디션과 마음가짐을 본다.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어떠한 시련도 기쁘게 받아들이는 김신욱을 28일 오후 울산 시내의 한 일식당에서 만났다. 이 자리에는 작년 9월 말부터 개인 훈련을 돕고 있는 개인 트레이너 이창현(24)씨가 동석했다.

● 사제의 믿음


-8월 울산과 3년 재계약을 했다.

“의리였다. 내겐 돈도 명예도 중요하지 않다. 프로 5년차다. 돈이 필요했다면 어디든 이적했을 수도 있다. 김호곤 감독님을 떠날 수 없었다. 나 없이도 팀은 돌아가겠지만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도 컸다. 조금 성장했다고 스승을 떠나면 마음이 불편할 것 같았다.”

-코칭스태프의 믿음이 대단한데.

“작년만 해도 감독님은 내가 어떤 경기를 망쳤을 때, ‘다음 경기는 잘할 수 있냐’며 은근히 부담을 주셨다. 그런데 요즘은 별 말씀 안 하신다. 어깨를 툭 칠 때 느낌이 온다. 선생님의 신뢰가 제자에게 얼마나 큰 힘인가. 감독님이 계신 한 울산을 떠날 일도 없다.”

-칭찬을 많이 받는지.

“그렇지 않다(웃음). 사실 워낙 어른이시니 고지식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요즘 정말 여유로워 보이신다. 베테랑 선배들에게도 ‘요즘 좋아 진다’고 칭찬한다. 서른 넘은 선배한테 ‘성장’이라니(웃음). 항상 선수들의 편에 서는 모습을 보며 감동받는다. 플레이가 안 풀리면 내가 아닌, 감독님께 더 미안하다.”

김신욱의 좌우명은 ‘어제보다 나은 내일’이다. 실제로 매 시즌 발전을 했다. 공격포인트도 꾸준히 늘고 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정상을 밟은 지난 해 13골 2도움을 올린 그는 올해 17골 6도움이다.

● 계속 진화 중

-스스로 만족하나?

“작년에 나는 단조로운 선수였다. 동료들의 완벽한 도움이 있어 아주 편안히 축구를 했다. 이제 내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쪽은 싫다. 절박하다. 똑같은 ‘주워 먹기’ 득점이라도 의미를 만들고 싶다.”

-올해는 어떻게 달라졌나?

“정확히 말해 달라진 날 느낀 건 요즘이다. 8월을 기점으로 타깃형 공격수의 진짜 임무를 알게 됐다. 이전까진 주변에서 조언을 해줘도 한 귀로 흘렸다. 특히 발재간 능력을 키우고 있다. 전방 책임자로서 슛뿐 아니라 스크린플레이와 터닝까지 장점을 늘리려 한다.”

-개인 훈련도 많더라.

“대개 오전 개인 훈련을 한다. 경기 전날과 다음 날은 스트레칭으로 대체하지만 한 시간 반 정도 밸런스 훈련을 한다. 오후 팀 훈련 뒤에는 일본인 도이자키 코이치 코치님의 도움을 받아 점프 훈련을 30분씩 한다. 제자리에서 뛰어 헤딩을 따내는 게 아니라 이동하며 공을 머리에 갖다대는 연습이다.”

김신욱은 작년 후반기, 뭔가 벽에 부딪힌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분 나쁜 예감이었다. 지인도움으로 이창현 트레이너를 구했다. 국내 선수 중 자비를 들여 개인 트레이너를 구한 이는 흔치 않다. 작년 하반기 주 1회씩 하던 개인 훈련을 올해 주 3회로 늘렸다. 휴가 때도 빠짐없이 훈련했다. 이 트레이너는 “신욱이의 상·하체 균형이 잘 맞지 않았다. 밸런스 훈련에 집중한 게 효과를 내고 있다. 체지방도 줄었다. 유연성과 근력 훈련을 접목시키니 능력치가 올라갔다”고 했다. 그라운드 밖 사제지간인 둘은 체육관을 떠나면 둘도 없는 친구다.

● 달라질 날 기대하라

-대표팀에서 오래 떨어져있다.


“대표팀 탈락은 날 되돌아볼 계기를 열어줬다. 2011년부터 거의 꾸준히 태극마크를 달면서 잠시 안일해졌다. 또 안주했다. 절박하지도 않았다. 항상 ‘괜찮겠지’라는 생각을 가졌다. 이제야 (태극마크의) 절실함과 소중함을 느낀다.”

-스스로를 어필해 달라.

“골, 도움 등 기록보다는 준비 과정을 내놓을 수 있다. 팀과 개인 운동을 하면서 뭘 채워야할지 알게 됐다. 부족함을 느낀 것만으로 성장했다고 본다. 오늘보다 내일, 올해보다 내년에 더 강한 내가 되겠다. 그토록 기다리는 (대표팀) 기회가 또 오면 당당히 도전하겠다.”

-현실적인 목표를 언급하면.

“올해 20골 이상이 목표였다. 남은 6경기에서 3골만 더 넣으면 되는데, 솔직히 그 이상도 가능하다 본다. K리그 득점왕도, MVP에도 오르고 싶다. 자신 있다.”

울산|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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