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즈 160km 광속투… 혼비백산 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8일 03시 00분


코멘트

8이닝 10K 1피안타 무실점… 살아나던 두산 방망이 잠재워
LG, 하위타선이 얻은 2회 2점 지켜 PO 1차전 패배 설욕

LG 김기태 감독은 2차전을 앞두고 1차전에 2번 타자로 출전한 이병규(7번)와 6번 타자 김용의의 타순을 맞바꿨다. 윤요섭-손주인-오지환으로 이어졌던 7∼9번 타순도 오지환-손주인-윤요섭으로 수정했다. 하위 타선(6∼9번)에 변화를 준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김 감독의 생각은 맞아떨어졌다. 2회말 2점이 하위 타선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마운드에서 눈부신 피칭을 한 리즈가 승리 투수가 되기에 충분한 점수였다. 전날 11타수 무안타에 그쳤던 LG 하위 타선은 4안타 3볼넷을 합작했다.

LG가 17일 잠실에서 열린 플레이오프(3선승제) 2차전에서 리즈의 완벽한 피칭을 앞세워 두산을 2-0으로 꺾고 1승 1패를 기록했다. 리즈는 삼진 10개를 솎아내며 8이닝을 1피안타 2볼넷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2차전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LG는 2002년 11월 8일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5차전 이후 11년 만에 포스트시즌 승리를 거뒀다.

1회부터 제구가 불안했던 두산 선발 이재우는 2회 더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LG는 6번 이병규와 7번 오지환이 잇달아 볼넷으로 출루한 뒤 손주인의 희생번트로 1사 2, 3루를 만들었고 윤요섭의 희생플라이로 선취점을 올렸다. 기세가 오른 LG는 박용택이 큼지막한 2루타를 날려 오지환까지 홈으로 불러들였다. 이후 두산은 핸킨스 김선우 오현택 정재훈 변진수 윤명준을 투입하며 추가 실점을 막았지만 리즈의 위력 앞에 타선은 끝까지 침묵했다.

리즈는 올 정규시즌에서 10승 13패에 평균자책점 3.06(4위)을 기록했다. 탈삼진(188개)은 압도적인 1위였다. 유일하게 200이닝을 넘긴(202와 3분의 2이닝) 투수이기도 하다. 정규시즌에서는 두산을 상대로 1승 3패에 평균자책점 4.87로 좋지 않았지만 포스트시즌에서는 달랐다. 리즈는 1회부터 시속 159km의 강속구를 꽂아 넣으며 두산 톱타자 이종욱과 정수빈을 잇달아 삼진으로 돌려 세웠다. 7회 김현수를 삼진으로 돌려 세울 때는 시속 160km의 공을 던졌다. 5회 두산 홍성흔에게 내야안타를 허용했지만 3루수 정성훈이 재빠르게 처리했다면 타자를 아웃시킬 수도 있었다. 이날 리즈의 투구는 ‘노히트 노런급’이었다.

그러나 이긴 LG도 크게 웃지는 못했다. 중심 타선인 3번 이진영, 4번 정성훈이 나란히 무안타로 부진했기 때문. 특히 이진영은 4회와 6회 득점 기회에서 내야 땅볼로 3루 주자들을 모두 홈에서 죽게 만들었다. 전날 결정적인 실책 2개로 2점을 헌납했던 정성훈은 7회 수비 때 권용관과 교체됐다.

1차전에 이어 이날도 2만5500명의 팬이 잠실구장을 찾아 매진을 기록했다. 3차전은 하루를 쉰 뒤 19일 오후 2시 잠실에서 열린다.

▼ 양팀 감독의 말 ▼

▽김기태 LG 감독=1승을 거뒀기 때문에 앞으로 조금 편하게 경기할 수 있게 됐다. 선발 리즈가 100점을 줄 정도로 정말 잘해줬다. 포수 윤요섭의 볼 배합도 좋아 칭찬해줬다. 완봉도 가능한데 5차전까지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9회를 봉중근에게 맡겼다. 선취점이 중요하다고 보고 타순을 변경한 것이 승리의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김진욱 두산 감독=LG 선발 리즈의 구위가 워낙 좋았다. 우리 타자들의 공략 방법이 아쉬웠다. 경기 초반 스트라이크존을 애매하게 받아들여서 말려든 것 같다. 리즈는 볼 카운트 하나에 따라 제구가 민감해지는 선수인데 카운트 싸움에서 졌다. 다만 타자들의 배트 스피드에서 걱정할 부분은 없었다.

이승건·박민우 기자 wh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